미성년자에 대한 성착취물 제작과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추가 기소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8)이 “법관에 의한 재판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국민참여재판 진행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이중민)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주빈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지난 5일 자로 피해자 변호인이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의견서에는 피해자 본인이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취지와 사유가 담긴 진술서 등이 첨부됐다”고 말했다.
이어 “(조주빈의)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한다는 의견서를 냈다”며 “피고인(조주빈) 본인도 호소문이란 제목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 이유를 기재했다”고 했다. 조주빈이 제출한 의견서에는 ‘법관에 의한 재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회부 및 배제에 대해 필요한 자료가 모였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참여재판 회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기일을 추후 지정하고 재판부 합의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조주빈 측은 음란물 제작 혐의는 인정했지만 성폭행, 강제추행 등 나머지 혐의는 부인했다. 성관계가 합의 하에 이뤄졌고, 당시 피해자와 교제 중이었기 때문에 성폭행이나 강제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 신청 의사를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는 배심원 재판제도로,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및 양형 의견에 대해 평결을 내리는 형태의 재판이다. 다만 판사가 배심원 평결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구속력은 없다.
반면 피해자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이 수년간 진행돼 피해자의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증언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조주빈이) 국민참여재판까지 신청해 굉장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배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조주빈은 지난 2019년 당시 청소년이던 A양을 대상으로 성착취물 영상을 제작하고 성폭행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주빈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는 이번 기소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주빈은 2019년 8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아동·청소년 8명과 성인 17명의 성착취물 등을 제작하고 영리 목적으로 판매·배포한 혐의, 범죄집단 조직 혐의 등 일명 ‘박사방’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또, 다른 피해자에게 접근해 조건만남을 해주겠다고 속이고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추가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4개월이 추가됐다. 조주빈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