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 아우성에 대통령실 “가격 현실화 불가피”…민주 “중산층도 지원하라”

이재명 “정부서 전기·가스 요금 대폭 올리는 바람에 취약계층 고통 매우 심각” 지적
사진=연합뉴스

가스비 인상으로 난방비 폭등이 현실화하자 서민들 시름이 한층 깊어졌다.

 

정부의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최근 ‘난방비 폭탄’을 맞은 시민들이 다음달엔 더 비싼 고지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설 연휴부터 한반도에 몰아친 최강 한파에 난방 수요가 더욱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즉각 전 정부 탓을 하고 나섰는데 정부는 여론이 악화하자 결국 기초수급 가구 중 일부에 에너지 바우처 지원, 가스요금 할인 등 난방비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민들의 고통을 고려해 “중산층도 지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올 겨울 취약계층 160만 가구에 대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 가스요금 할인 등 난방비 지원을 대폭 확대한다고 26일 밝혔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에너지 바우처는 기초수급 가구 중 117만 6000 가구에 대해 올겨울 한시적으로 15만 2000원에서 30만 4000원으로 두 배 인상키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가스공사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해 가스요금 할인 폭을 올겨울만 현재 9000원∼3만6000원에서 2배 인상된 1만8000원∼7만2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최 수석은 최근 난방비가 급등한 것과 관련해 “지난 몇 년간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했고,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한다”며 “정부는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2022년 인상 요인을 일부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스요금 인상은 전 세계적 현상으로 세계 주요국 또한 가스요금이 최근 급등했다. 어려운 대외 여건에서 에너지 가격 현실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는 이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추가적인 가스 요금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1분기)가스 요금은 동절기 부담 때문에 동결했다. 올해 앞으로 2분기 이후에 대해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말씀 드리기 이르다”며 “국민 부담, 한국전기공사와 가스공사의 재무구조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난방비 폭등과 사전 대책 부실 책임을 정부에 따져 묻는 한편 7조원 규모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 지급안을 내놓으며 ‘대안 야당’의 면모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난방비 폭탄 민주당 지방정부·의회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전쟁이나 경제 상황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대체로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현 정부는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약 7조2000억원의 ‘에너지 고물가 지원금’ 지급안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원금 재원 확보를 위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횡재세’ 개념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거듭 제시했다. 횡재세는 일정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법인 등의 초과분에 추가로 징수하는 소득세다.

 

지난해 고유가 상황에서 국내 정유 4사가 막대한 수익을 올린 만큼 ‘에너지 고물가’ 상황에서 이들에게 일종의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이날 발표한 ‘에너지 바우처 지원 확대’ 대책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특히 지원 대상을 저소득층에만 집중한 점을 문제 삼으며 ‘보편적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산층도 난방비 폭탄의 피해가 크다”며 “그것(정부 대책)만으로는 에너지 물가 서민 대책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 몇 년간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 요인을 억제했다”는 최상목 경제수석의 이날 브리핑과 관련해서는 난방비 급등 사태의 원인을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내 관계자는 “동절기 (난방비 인상) 대비는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이었다. 국제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오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도 손 놓고 있지 않았냐”며 “2월 임시회 때 관련 상임위에서 정부에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또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사태가 충분히 예측됐음에도 이제야 조치가 이뤄졌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 올랐다.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난방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 요금을 책정한 뒤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5.47원 올랐다.

1년 새 인상률은 42.3%다.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 영향으로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이 가속하면서 국내 LNG 수입액이 567억달러(약 70조원)로 급증한 탓이다. 종전 최대였던 2014년 수입액(366억달러)을 훌쩍 뛰어넘은 사상 최대치다.

 

도시가스가 아닌 지역난방으로 난방을 떼는 열 요금도 올랐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조정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1Mcal(메가칼로리)당 주택용 열 사용요금(난방·온수 사용량을 계량기로 검침해 부과하는 요금)은 지난해 3월 말까지 65.23원이었다가 4월 66.98원,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잇달아 인상됐다.

 

열 요금이 오른 것은 2019년 8월 이후 약 3년 만으로, 지난해 한 해 인상률만 37.8%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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