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정조준한 특별검사(특검)법을 추진한다. 이 대표 의혹 수사를 ‘정치 공세’로 바라보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두고 입법권을 활용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가 당내 초선 강성파 의원 모임 ‘처럼회’와 오찬 회동을 한 지 이틀 만이다.
◆“尹 가족·측근 의혹 조사해야”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27일 야권 의원들에게 배포한 특검법 공동발의 협조 요청서에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한 특검 임명을 통해 윤 대통령 가족 및 측근과 검찰에 대한 비위 의혹, 검찰 등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 및 각종 비호 의혹, 검찰권 남용 등 의혹을 엄정히 조사해 그 진상을 조속하고 철저히 국민 앞에 규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 주도 특검법상 수사 대상은 △‘검언유착’ 및 부실수사·비호 의혹 △‘고발 사주’ 의혹 △‘검찰총장 가족 변호 문건’ 의혹 △‘판사 사찰’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보복 기소’ 등 검찰권 남용 및 부실수사·조작·은폐 의혹 등이다.
소위 ‘검언유착’ 의혹은 한 방송사 기자가 취재원을 협박하는 수법으로 원하는 진술을 얻는 과정에 한 장관이 공모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한 장관은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으나, 2020년 7월 각계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장관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라고 검찰에 권고했다. 이후 한 장관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당 사건으로 기소됐던 기자도 2심에서 최근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무죄가 확정됐다. ‘검언유착’은 실체가 없었음이 판명난 셈이다.
민주당은 그러나 한 장관이 검찰에 압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하지 않아 수사에 지장을 초래했고 진상 규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측근 구하기’를 위해 수사를 방해한 의혹도 특검 수사로 밝히자고 주장하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가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한테 진보 진영을 겨냥한 고발장을 텔레그램으로 전송했다는 내용이다. 관련 인사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찰 수사를 거쳐 무혐의로 결론 났다.
‘검찰총장 가족 변호 문건’ 의혹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연루된 민·형사 사건 관련 대응 문건을 대검이 작성·관리했다는 것이다. ‘판사 사찰’ 의혹은 ‘윤석열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및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담당 판사 37명의 출신 학교, 주요 판결, 세평 등을 담은 9쪽 분량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야권은 이들 의혹 수사가 전무 또는 부실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은 검찰이 탈북민 출신 유우성씨를 국가보안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이 유씨의 무죄를 확정한 사안이다. 야권은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해 유씨를 간첩으로 몰아 ‘보복 기소’했다고 보고 있다.
◆李, 이틀 전 처럼회에 ‘잘 싸워주길’
이번 특검법은 지난 25일 이재명 대표가 처럼회 김남국·김용민·최강욱·민병덕 의원 등과 오찬 회동을 한 지 이틀 만에 공개됐다. 야권에 따르면 회동은 이 대표가 처럼회 측에 만나자고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고 한다.
처럼회 의원들은 회동에서 ‘민주당이 검찰권 남용에 대해 입법부로서 견제 역할을 해줘야 되는 것 아니냐’, ‘왜 이렇게 수수방관하고 있느냐’ 등 지지층 의견을 이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대표는 ‘공감한다. 개별 의원들이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잘 싸워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고 한 야권 인사는 전했다.
처럼회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및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 추진하는 등 입법권을 활용한 대여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민병덕 의원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 독재에 대해 수수방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라며 김 여사·이태원 특검에 대해 “지도부와 원내에 말씀드리고 주변 의원들을 설득하고 우리 의견도 빨리 취합해볼 작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