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전세 사기’에 연루된 악질 공인중개사를 찾아내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원 장관은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전세 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 감독 또한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누리고, 보험가입 의무는 외면하는 불량 등록임대사업자를 색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이에 앞서 같은 날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방문해 김태우 강서구청장,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중개사협회) 회장, 이병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 직무대행 등과 만나 전세 사기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자리에서 이 회장은 “(빌라왕을 중개했던 중개사가 버젓이 영업하고 있지만) 협회에서 회원 자격 박탈이나 업무 정지 권한이 전혀 없다”며 토로했고, 김 구청장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관리·감독이 중요한데, 현행법상 미비한 부분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어떤 공인중개사에게 피해를 입었는지 정보 제공이 되지 않아 애로사항이 크고, 피해자 법률 지원을 위한 전문 변호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아 국토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장 직무대행은 보증제도 악용으로 인한 사기 피해 증가 관련 “금융 당국 등 여러 기관이 합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SNS에서 “정부는 피해자 구제 방안을 모색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철저히 보완하겠다”며 “정부와 지자체, HUG, 공인중개사가 함께 선체적·전방위적 대응에 나설 때 근절할 수 있다”고 했다.
전국 개업공인중개사들을 대표하는 전문자격사 법정 단체인 중개사협회는 지난 12일 ‘전세 사기 예방 및 근절 결의대회’를 열고 주택 임대차 계약서에 전세 사기 방지를 위한 특약 사항 5가지를 넣기로 했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다음 날까지 임대인이 저당권 등 담보권 설정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간다. 계약 당일에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아도 법적 효력이 다음날부터 발생하는 점을 악용한 집주인이 전세 계약을 치른 뒤 은행 등에서 담보 대출을 받아 임차인이 대항력 상실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이러한 일을 방지하려 그동안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세 계약은 은행 업무 시간이 마감된 후에 치르는 게 좋다’는 등의 글까지 올라왔었다.
협회는 ‘임대인은 국세·지방세 체납, 근저당권 이자체납 사살이 없음을 고지한다’는 문구도 특약사항에 넣어 임대인이 서명하도록 할 예정이다. 임대인이 미리 알리지 않은 국세나 지방세 체납 사실이 확인되면 임차인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보증금 등 원금을 다시 임차인에게 반환한다는 조항도 있다.
특히 임대인이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할 때는 사전에 임차인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간다. 임대차 계약 체결 후 집주인이 바뀌어 혹시라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일을 고려했다.
중개사협회는 임대차계약서에 이러한 특약사항을 넣어 수정·사용하고, 오는 3월부터는 국토부에서 추천하는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서식을 적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상반기 중에는 계약서와 확인 설명서 작성 관련 표준 업무 매뉴얼도 마련할 예정이다.
협회는 나이스신용정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임대차 계약 때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상반기 중 부동산거래정보망 ‘한방’에도 임대인 신용정보 조회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고의로 사기·횡령을 한 공인중개사에 대해선 민형사상 판결을 확인해 공제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단체는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의 세금 체납·선순위 임차인·보증금 총액 정보를 폭넓게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달라고도 정부에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