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올해 상반기 전국적으로 혼성 경찰관기동대 운영을 본격화하기로 하면서 경찰 안팎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내달 안에 시행될 정기인사를 즈음해 총 8개청에서 15개 기동대가 혼성기동대로 확대 편성된다. 경찰은 지난해 말부터 여성경찰관 대기실, 샤워실, 화장실 등 기본 시설을 추가 조성했다. 특히 서울 혼성기동대장 8명은 남녀 구분 없이 충분한 역량을 갖춘 이를 선발할 예정이다. <세계일보 1월 27일자 9면 참조>
남녀 경찰관 구분 없이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 혼성기동대에 대해 경찰 내부에서는 “운영 효율이 높아지고, 여경의 능력 활용 및 평가 정상화에도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지난해 8월 여경 제대 1개를 발대해 남경 3개 제대와 혼성으로 시범 운영한 경남청 경비계 박광웅 경감은 “과거에는 여경 부대를 따로 불러 대응해야 하니 지휘체계가 이원화되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제는 남경과 여경이 동일 부대원으로서 소속감을 갖고 현장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안전지킴이로 활동 중인 황윤순(71)씨는 “지킴이 활동 때도 남녀가 2인 1조로 움직이면 범죄 다발 지역 순찰 시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며 “시위나 집회 안전을 관리하는 기동대도 남녀가 서로 더 잘하는 영역에서 빠르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강남구의 한 경찰서 소속 여경도 “해외에서는 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군대 등에서 오히려 이성 간 언어 폭력이나 성폭력이 줄었다고 한다”면서 “경찰도 암묵적인 성폭력이 있을 수 있는데 혼성 근무 시 이런 점에서 순기능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혼성기동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서울 시내 한 경찰서의 경비계 소속 경찰관은 “혼성 운영을 확대한다고 큰 변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든다”며 “여전히 강성 시위 진압에서 현장 대치는 남경 몫이 될 것 같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의경으로 근무했던 김모(29)씨도 “신체적으로 남성의 무력이 더 센 게 사실이고, 집회 현장에도 남자 시위대가 더 많은데 혼성기동대가 투입되면 진압이 될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기동대가 방패를 들고 벽을 세우는 ‘밀집’이란 걸 한다”며 “혼성이 되면 40∼50대 남성이 정말 과격하게 시위할 때 벽이 흔들리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자영업자 박민경(36)씨는 “시위대 앞에 방패막이 역할로 여경을 세운다거나 소위 업무 보조나 시키는 것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지휘·감독 같은 분명한 역할이 있다면 좋다고 보지만, 몸이나 힘쓰는 경우라면 신체조건상 배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혼성기동대가 시행된 배경으로 거론되는 남녀 차별 논란, 온라인 등에서 최근 확산한 ‘여경 무용론’ 등과 관련한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앞서 경찰청 관계자 역시 이런 이유로 혼성기동대가 도입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경찰 젠더연구회 회장인 주명희 서울경찰청 총경은 “혼성기동대 확대 편성은 집회 양상의 변화에 따라 여경기동대가 정말 많이 필요해져서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온라인에서의 성 불평등 여론을 의식했을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주 총경은 “블라인드 같은 커뮤니티에서 ‘여경기동대는 당직을 안 선다’고 1차원적으로 욕하는 비난 등이 있었지만, 실제로 여성기동대는 일을 엄청나게 많이 한다는 것을 경찰 내부에서 다 알기에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했다.
주 총경은 오히려 “남경은 기본값처럼 존재하는데 여경은 필요성이 생기니 혼성부대를 확대한다는 논리에서 ‘왜 필요해야만 자리를 만드는지’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이 긴박한 현장에서 뒷짐이나 지고 있다는 식의 여론이 조장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민 인식이 경찰 내부와 확실히 괴리되어 있다”며 “몇년 전만 해도 경찰 내부망에 ‘여경은 쉽게 일한다’며 욕하는 글이 왕왕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런 글이 올라오면 반대 댓글만 달린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혼성기동대의 전국 확대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향후 전문성 향상과 역할 분담 측면에서 혼성기동대가 더 좋은 편성인지를 계속 지켜봐야한다고 제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궁극적으로 옳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터넷에 남경·여경 편 가르는 여론 많지만, 경찰이면 경찰이지 남경과 여경을 갈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경 채용시 여성도 팔굽혀펴기에서 무릎을 대지 않고 남성과 똑같이 측정을 하는 방침이 나온 것처럼, 혼성 편성이 맞는 방향“이라고 부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혼성기동대 도입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은 (혼성 도입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이 정말로 증가하는지 여부”라며 “집회시위 현장, 시민 갈등 진압 등에 있어서 혼성기동대의 업무효율성이 정말 증가하는지를 면밀히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