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가 제출한 진술서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기획본부장과의 관계다.
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유씨가 저지른 민관 유착 범죄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를 '범죄의 상한선'으로 그은 셈이다.
29일 연합뉴스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에 낸 진술서에서 "유동규가 대장동 일당과 결탁해 비밀정보를 제공했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유동규가 범죄 행위를 저지르며 범죄 사실을 시장인 제게 알릴 이유도 없고 제게 알릴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위례 사업과 관련해서도 "유동규가 스스로 저지른 불법 행위를 제게 보고한다는 것도 상식 밖"이라고 했다.
위례·대장동 사업 관련 위법 행위를 '유동규 개인의 범죄행위'라고 규정, 자신은 몰랐다며 관련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대장동 수사팀이 바뀐 뒤 이 대표가 최종 책임자라는 새로운 진술을 내놓은 유씨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 대표는 2021년 9월에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유씨가 수사선상에 오르자 그의 역할에 대해 "리모델링하던 분인데 도시공사 이전에 시설관리공단의 직원 관리 업무를 했을 뿐”이라며 “산하기관 중간 간부가 다 측근이면 측근으로 미어터질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은 유씨는 물론 사건 관련자 다수가 둘의 '특별한 인연'을 진술하는 만큼 이 대표가 책임을 피하려 거짓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본다.
검찰은 유씨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표와 유씨의 관계는 위례·대장동 사건의 뼈대인 민관 유착을 이 대표가 인지했는지를 증명하는 핵심 정황인 터라 검찰도 이를 증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공소장에 따르면 유씨는 2008년께 분당리모델링협의회 등을 결성해 활동하던 중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이던 이 대표를 알게 됐다. 당시 이 대표는 분당리모델링 지원을 주요 공약으로 성남시장 출마를 준비 중이었고, 두 사람은 리모델링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 활동을 함께 했다고 한다.
2010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유씨는 지역 리모델링 추진위원장 등을 모아서 지지 선언을 하는 등 이 대표 당선에 힘을 보탰고 그해 10월 성남시시설관리공단(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에 발탁됐다.
이후 2018년 3월까지 공사에서 근무하며 이 대표의 지휘·감독하에 공사 설립, 위례·대장동 사업 등의 추진 업무를 담당했다는 것이 검찰 조사 결과다.
이 대표가 2018년 6월 경기지사에 당선된 후에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은 유씨가 2010년부터 이 대표의 시장선거와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는 관계자 진술도 다수 확보했다.
남욱 씨는 2021년 검찰 조사에서 "유동규가 이재명 시장의 재선을 위해 되게 열심히 했다"며 2012년 최윤길 당시 성남시의회 의장이 자신에게 유씨를 소개해주며 "유동규가 이재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황무성 전 공사 사장 역시 "유한기(당시 공사 개발사업본부장)가 '유동규가 시장과 직접 소통하는 성남시의 실세'라고 했다"며 "2015년 2월 사표를 쓰고 다음 사장이 들어온 2015년 7월까지 유동규가 사장 직무대행으로 공사의 모든 업무를 총괄했고, 그 기간 협약 같은 대장동 사업 내용이 모두 결정됐다"고 진술했다.
대장동 개발추진위원장을 지낸 A씨도 "이재명이 '유동규 말이 내 말이다. 유동규랑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배우자가 그의 권유로 2021년 7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후원회에 30만원을 송금한 것 역시 두 사람의 인연을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