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까지 공공기관 100곳의 보수체계를 직무급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호봉제를 바탕으로 한 보수체계를 혁신해 성과 중심 문화를 공공기관에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와 함께 새로운 공공기관 유형분류기준을 적용해 부산항만공사 등 43곳을 기타 공공기관으로 변경해 주무 부처의 관리 감독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공공기관 지정 절차 등을 확정했다.
추 부총리는 “공공기관 구성원들이 성과 창출과 혁신에 앞장서고 내부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공정한 보상체계와 조직·인사 관리를 확대·정착시키겠다”면서 “직무급 도입 기관을 2021년 말 35개 기관에서 2024년까지 100개, 2027년까지 200개 이상을 목표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성격, 난이도 등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의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 방침이 노동 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한 기업에 세제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1분기에 발표하는 등 민간에도 직무급제를 확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지만 호봉제에 기초한 과도한 임금체계가 장년 근로자의 근무 연장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문제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충분한 사회적 대화 없이 직무급 도입을 강행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원철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준사용기관인 공공기관을 우선으로 직무급제 도입을 발표한 것은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직무급제로 해소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여전히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노사 합의 없이 정부가 위에서 노동시장의 임금체계에 간섭하는 것은 노동시장 불평등의 해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부가 직무급제를 추진해온 역사는 약 60년에 육박하지만 기업에서 차등 성과급·상여금을 반대하는 현장 목소리가 많았다”며 “임금은 노사 간 규범적인 성격도 있는데 사업장 특성에 맞게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팀장은 “직무성과급제 확대는 직무 업종 간 갈등을 야기하고 단기적인 성과 중심의 조직 운영을 확산한다”며 “결국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정책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정원 50명, 수입액 30억원(자산 10억원)으로 규정돼 있는 공기업·준정부기관 유형분류기준을 정원 300명, 수입액 200억원(자산 3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부산·인천·여수광양·울산 등 항만공사 4곳이 공기업에서 기타공공기관으로 변경되고,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등 준정부기관 39곳도 기타공공기관이 된다. 유형이 변경된 43개 기관은 경영관리 주체가 기재부에서 주무 부처로 변경된다. 정부는 연구 기능과 고등교육 기능을 동시에 가진 기관의 특수성을 감안해 한국과학기술원 등 4대 과학기술원을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