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 열풍 타고 온 LP 감성… 폐업 공장에 다시 기계음 [밀착취재]

‘마장뮤직’ 운영 국내 유일 LP 생산 공장을 찾아서

경기 하남시의 한 공장. 기계에서 검은색 원판들이 연신 찍혀 나오는 이곳은 LP(Long Playing Record) 음반 제작사인 마장뮤직앤픽처스(Machang Music & Pictures)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LP 생산 공장이다.

마장뮤직앤픽처스 하남 공장 최권식 과장이 자체 개발한 프레스 기계에서 찍어낸 LP를 떼어내고 있다. 마장뮤직앤픽처스는 국내 유일의 LP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CD의 보급으로 국내 대부분의 LP 공장이 사라졌다. 2004년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LP 공장이 문을 닫은 후 13년 만인 2017년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공장을 세워 LP를 다시 생산해내다 지난해 말 지금의 하남 공장으로 확장 이전했다.

젊은 층에 불기 시작한 복고 열풍 덕분인지 LP를 찾는 수요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어 물량을 맞추느라 공장은 매일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백희성 이사가 래커(공디스크)에 음원을 새기는 커팅 작업을 하고 있다. 백 이사는 국내 한 명뿐인 현역 커팅엔지니어다.
프레스 기계에 라벨지와 PVC 퍽을 장착하고 있다.

LP는 여러 단계의 세부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래커(알루미늄 원판으로 만든 공디스크)에 커팅머신으로 음원의 소리골(턴테이블 바늘이 지나갈 홈)을 새기는 과정이 그 시작이다. 소리골이 새겨진 래커는 세척 및 화학 처리를 거쳐 양각 도금판인 스탬퍼로 제작된다.



스탬퍼 제작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도장을 여러 번 찍으면 도장의 모양이 변하는 것처럼, 대량의 LP를 생산하려면 여러 번의 도금 작업을 거쳐 쉽게 변형되지 않는 스탬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센터링(LP가 턴테이블 위에서 안정적으로 회전할 수 있도록 스탬퍼 가운데에 구멍을 뚫는 과정)과 샌딩(LP를 찍어내는 프레스 기계에 잘 부착할 수 있도록 스탬퍼의 뒷면을 다듬는 과정) 작업을 거쳐 다듬어진 스탬퍼가 프레스 기계에 부착되면 본격적으로 LP를 찍어낼 준비가 된 것이다. 스탬퍼의 세팅이 끝나면, LP의 재료인 PVC(폴리염화비닐) 원료를 녹여 만든 하키공이나 햄버거 패티 모양의 퍽을 스탬퍼 사이에 놓고 라벨지와 함께 압착하여 찍어낸 뒤 굳히고 가장자리를 다듬으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LP의 형태가 완성된다.

찍혀 나온 LP들.
임수환 주임이 프레싱된 청음반(시제품) LP를 청음 검수하고 있다.
마장뮤직앤픽처스가 기획·제작한 LP 타이틀과 다양한 색상의 컬러 알판들.

이렇게 모양과 소리골이 새겨진 LP는 턴테이블을 통해 소리를 들어보고 이상 유무를 검사한다. 청음 과정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정밀검사를 거쳐 수정과 보완이 이루어진다. 공장 전 직원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깃든 공정 하나하나를 거쳐 비로소 한 장의 LP가 탄생하는 것이다.

하남 공장에서 LP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마장뮤직앤픽처스 백희성 이사가 국내 LP 산업 부흥에 대한 소망을 밝혔다.

마장뮤직앤픽처스 하남 공장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저희 공장은 디지털 음원에 밀려 국내에서 마지막으로 LP를 생산하던 서라벌레코드가 문을 닫은 후 13년 만에 정말 힘들고 어렵게 국내에 다시 세워진 LP 공장입니다.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L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저희도 발맞춰 생산라인을 좀 더 넓히고 더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비용을 통해 해외에서 제작되는 다수의 국내 LP가 다시 국내에서 생산·소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