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11개월째, 25년 만에 가장 길어 2023년 성장률 1.7%, 일본에 뒤질 수도 기업 세제·인력·보조금 파격 지원 시급
새해 들어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의 경제가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어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월 무역수지는 126억9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데 작년 전체 적자액 427억달러의 27%를 한 달 만에 까먹은 셈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16.5% 줄어, 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간 탓이다. 적자가 11개월째 이어졌는데 외환위기 이후 25년여 만에 가장 길다. 우리 경제가 올 1분기에 역성장을 하고 연간으로도 0%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부진과 무역적자의 주범이 핵심산업인 반도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D램 가격 급락과 수요 위축 탓에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무려 44.5%나 격감했다.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 무려 1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마저 올 1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적자가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성장 전망도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제 세계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2.0%에서 두 달 만에 1.7%로 낮췄다. 세계성장률 2.9%의 반 토막 수준이며 일본 1.8%에도 미치지 못한다. IMF는 “한국 주력 상품의 글로벌 수요가 줄고 국내에선 고금리로 주택부문이 타격을 받아 개인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봤다. 한국경제에 그야말로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퍼펙트 스톰이 몰려오는 형국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무역수지가 시차를 두고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한가한 인식이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수출부진과 무역적자가 금융과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무역적자 확대가 환율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외자본 유치와 통화스와프 체결 등 안전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둬야 한다. 정치권의 위기 불감증은 도를 넘은 지 오래다. 정부는 올해 초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최대 25%까지 올린 법안을 제출했지만 거대 야당은 ‘재벌 특혜’라는 엉터리 논리로 어깃장만 놓는다. 반도체는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다. 반도체수출이 10% 줄면 성장률이 0.64%포인트나 빠진다. 경쟁국들이 자국 기업에 파격적인 세제·인력지원도 모자라 막대한 보조금까지 쏟아붓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현실로 다가온 국가위기 극복에 정부와 여야, 온 국민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