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30∼50명 늘리되 인건비 동결” 선거제 개편 논의 계기로 野도 제기 특권 폐지·국회 생산성 제고가 먼저
김진표 국회의장이 그제 현행 선거제 개편의 대안으로 ‘국회의원 증원·인건비 동결’ 카드를 제시했다. 국회의원 숫자를 현행 300명에서 30∼50명 늘리되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예산을 5년 동안 동결하자는 내용이다. 김 의장은 “지역 소멸, 영호남 문제, 세대 갈등을 조율하려면 비례대표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걸 전제로 비례대표 수를 좀 늘려야 되지 않나”라고 했다. 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공직선거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 의장이 ‘의원 정수 확대 및 예산 동결’ 방안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중대선거구제 검토”를 언급한 것을 계기로 선거제 개편 논의의 물꼬가 터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국회의원 정수를 30명에서 60명까지 늘리는 안들을 내놓았다. 여기에 국회의장까지 가세한 것이다. 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은 국회에 대한 국민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상이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당리당략과 기득권 수호에 혈안이 돼 걸핏하면 싸움질이나 하는 국회를 이대로 두고 봐야 하느냐는 여론이 팽배하다. 유권자들은 되레 의원 수를 늘릴 게 아니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국회는 ‘고비용 저효율’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의원들은 불체포·면책 특권을 비롯한 헌법상 보장된 특권뿐 아니라 10명 가까운 보좌진과 대형 차량, 억대 연봉, 각종 지원과 혜택 등 200개가 넘는 특혜를 누린다. 임기 4년 동안 국회의원 1인당 약 34억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그런데도 하는 일이라곤 정쟁뿐이다. 비례대표를 늘리겠다는 것도 문제다. 비례대표 확대는 직능 대표성과 전문성 강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례대표를 늘리면서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두겠다는 건 정치권이 자기희생은 외면하겠다는 뜻이다. 고물가·고금리 등 복합 경제위기로 신음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비례대표를 확대하더라도 지역구 의석을 축소해 의원 정수를 유지하는 게 옳다.
의원들은 선거 때만 되면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번번이 공수표가 됐다. 이런 의원들이 스스로 인건비를 동결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믿으라는 것인가. 의원 특권 폐지와 국회 생산성 제고 등 자기 혁신은 외면한 채 의원 숫자부터 늘리자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정치 개혁이 아니라 정치 퇴행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