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비만해 보이는 중년 여인이 쇼핑 카트 한가득 물건을 담았다. 한 묶음의 코카콜라와 우유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초코칩과 갖가지 인스턴트 스낵, 잡다한 물건을 쌓아올려 카트가 금방 넘어질 것 같다. 미장원에서 방금 나온 듯 헤어롤을 만 머리에 보자기를 뒤집어쓴 채 담배까지 물고 있다. 나만 좋고 만족하면 된다는 듯 남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뻔뻔함이 읽힌다.
미술작품 같지 않고 현실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조각가 두에인 핸슨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인물로 조각작품의 주형을 뜨고, 그녀가 입었던 옷과 신발과 핸드백을 사용했다. 카트와 그 안의 물건도 실제 것들로 채웠다. 이른바 극사실주의 작품인데, 미니멀 아트나 색면 회화 같은 극단적인 추상 미술이 공허한 형식이 되었다고 비판하며 나타난 양식이다.
극사실주의자들은 미술을 삶의 내용과 다시 결합하기 위해서 생활 속 대상이나 환경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주로 다룬 소재들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인데, 작품 속 소재보다 묘사 방법과 기교에 주목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기법에 주목하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생활 속의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는 의도였다. 일상적인 생각을 다듬고 승화시킨 생활환경에서 살게 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