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 학위증 찢었다…아프간 교수, 자국 여성 차별 비판하다 당국에 끌려가 구금

방송 중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억압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자신의 학위증을 찢는 이스마일 마샬 교수(오른쪽). 톨로뉴스 영상 캡처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억압 정책에 대해 비판하던 대학 교수가 탈레반 당국에 의해 구금됐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저널리즘 전문가인 이스마일 마샬 교수는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의 ‘톨로뉴스’ 방송에 출연해 탈레반 정권의 여성 차별 교육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항의의 뜻으로 자신의 석·박사 학위증을 찢었다.

 

마샬 교수는 “이 나라는 교육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만약 내 누이와 어머니가 공부할 수 없다면 나는 이 교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 뒤 이달 2일, 마샬 교수는 탈레반 정권 관계자들에게 구타당한 뒤 강제 구금됐다.

 

마샬 교수의 한 지인은 “마샬 교수는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구금된 상태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탈레반 정권 정보문화부의 압둘 하크 함마드 국장은 “마샬 교수는 (정부) 시스템에 대한 도발적 행위를 저질렀다”며 “보안당국이 조사를 위해 그를 데려간 상태”라고 구금 사실을 전했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의 대변인인 스테판 뒤자리크는 “매우 우려되는 사건”이라며 “여성 교육 등과 관련해 아프간에서 목격되는 또다른 퇴보 징후다. 마샬 교수는 즉각 풀려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불의 사립학교 마샬대학교의 창립자이기도 한 마샬 교수는 카불대학교 강사 등으로 근무해왔으며, 행인들에게 자신의 책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021년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 유린 행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성들은 공원이나 체육관, 공중목욕탕 등에 출입이 금지된 상태다. 이들에게는 얼굴까지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이 의무화됐고, 남성 친척 없이 홀로 여행도 할 수 없다.

 

교육 정책의 경우 중·고등학교 여학생에 대한 교육이 허가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이슬람 복장 규정을 위반한다는 이유로 대학 여성 교육까지 금지됐다.

 

아울러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비정부기구(NGO) 활동도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