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가 어제 100일을 맞았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발표되고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활동도 마쳤지만, 유가족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은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됐는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놓고 보면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은 기대하기 어렵고 정쟁 등 소모적인 공방만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작지 않다. 가장 중요한 재발 방지 논의는 국회에서 실종된 상태다.
이태원 참사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비극이다. 특수본이 사고 현장의 관제·사설 폐쇄회로(CC)TV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등 180여개의 영상물을 분석한 시간별 인파 이동과 사고 당시 상황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6시 반쯤부터 오후 10시15분까지 관련 당국이 뭘 했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경찰청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 및 대응은 엉망진창이었다. 용산구청과 서울시의 대응도 실망스러웠다. 그럼에도 특수본 수사는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과장, 용산구청장 등 6명만 구속기소 하는 데 그쳤다. ‘꼬리 자르기’ 수사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이 재수사 중이지만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
기대를 모았던 국회 국정조사는 파행으로 얼룩졌을 뿐이다. 책임을 통감하고 진정 어린 사죄를 하는 고위 공직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땅히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는 건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재난안전 주무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현장 최고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정무적으로 책임지는 게 유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 두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사태 수습이 어렵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가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해 서울시와 마찰을 빚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시가 6일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통보했다. 대화로 문제를 풀지 못하면 더 큰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어제 국회에서 거행된 ‘이태원 희생자 추모제’에 유가족, 이태원 상인, 여야 지도부 등이 참석한 건 다행스럽다. 머리를 맞대고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태원 참사의 소모적 공방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정부와 여당은 무엇을 어떻게 할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