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공판 취재를 위해 법정에 앉아 있다 보면 문득 피고인의 머릿속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피고인이 법정을 내려다보던 재판장석이나 피고인을 마주 보던 검사석에서 돌연 자리를 바꿔 앉게 된 사람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는 법률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검사의 주장을 배척할 만한 획기적인 논리를 구상하고 있을까, 상대의 사법연수원 기수를 따져보고 있을까, 그저 뒤바뀐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을까.
법조인보다는 좀 더 친숙한 사람도 있었다. 대장동 사건으로 1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는 김만배씨다. 기사에서 그를 언급할 때는 주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라는 설명을 달지만, 한때는 그도 기자였다. 수사 기관에 출석하는 피의자에게 심경을 묻거나 법정에 선 피고인들을 봤을 것이다. 취재하던 사람에서 취재받는 사람이 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까마득한 후배들을 보며 자신도 (개발업자가 아닌) 기자로서 열정이 있던 때를 떠올렸을까. 모든 시도가 무위로 돌아간 이 상황을 통탄했을까.
2021년 여름쯤 대장동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김씨를 두고 “기자도 저런 ‘큰일’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우스갯소리를 한 적이 있다. 기자가 촌지를 받거나 기사를 무기로 갑질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업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개발 업계에서 1000배가 넘는 투자 수익을 냈다고 하니 보통내기는 아니다 싶었다. 한편으론 김씨가 가진 기자 명함은 그에게 로비 활동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었기에 기자나 언론이 싸잡아 비난받을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듯하다. 다른 기자들이 그와 수상한 금전 거래를 했다는 걸 알기 전까지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