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發 경고에 安 일보 후퇴… 이슈마다 충돌하는 尹·安 ‘루비콘강’ 건너나

안철수 ‘윤·안 연대’ 발언 후폭풍
대통령실 “尹, 당에 安 경고 전달”
安은 “정당민주주의 훼손” 반발

국정운영 사안 물밑 대치 거듭
“安이 총리 고사” “제안 못 받아”
단일화 성과 놓고도 평가 갈려
친윤 “安, 신영복 존경” 색깔론도

전대 출마 천하람 등 피켓 시위
“대통령실 安 반응 너무 과도해”
이준석 “간신배 표현, 간신배만 불편”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노골적인 공세에 6일 공개 일정을 취소했다. 안 후보는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날도 당내에서는 안 후보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졌다.

 

안 후보 캠프 측은 이날 오전 라디오 생방송 인터뷰 이후 예정된 독거노인·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배식 봉사와 방송 대담 출연 등 공개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캠프 관계자는 “안 후보의 일부 일정 순연은 상황 점검 및 정국 구상을 위해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사실상의 ‘공개 경고’에 나서자 일종의 로키(low-key·저자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국민의힘 안철수 당대표 후보. 연합뉴스

이날 안 후보는 일정 취소 공지 이전 진행된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대통령실의 비판에 대해 “사실 정확하게 이해는 되지 않지만 제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만약 실망하셨다면 그건 제가 충분히 제 의사 반영이나 전달이 되도록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다만 최근 대통령실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자신을 겨냥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면도 있을 수 있지만, 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사실 청와대(대통령실)에서 이렇게 당내 경선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정말 법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당대회와 관련해 “어떤 경우든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을 당내 선거에 끌어들이는 의도적인 시도는 지양돼야 마땅하다”며 “도가 지나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전날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을 지적한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상대 주자인 김기현 후보는 안 후보가 과거 ‘친(親) 언론노조’ 행적을 보였다는 한 보수단체의 주장과 관련, 안 후보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거부시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겠다고 압박했다.

지난 2022년 3월 16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등 지도부와 함께 음식점으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與 전대 앞두고 이슈마다 충돌 … 尹·安 ‘루비콘강’ 건너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의 누적된 갈등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폭발하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인사, 정책 등 주요 국정운영에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거듭하며 여권 내에서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로 공존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이 최근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언급하며 ‘윤심(尹心)’을 자처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공개 비판하면서 양측의 해묵은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색깔론까지 등장할 정도로 이전투구 양상이어서 “전당대회냐, 분당대회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들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어제 이진복 정무수석을 통해 (윤·안 연대설을 제기한) 안 의원에 대한 엄중 경고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을 겨냥해 “그런 (윤·안 연대) 표현을 썼다는 것은 대통령을 (당 대표)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후보의 의도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안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에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중립성의 원칙은 여야가 겨루는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 등에 적용되는 규정으로 당내 선거에서의 의무를 명시한 게 아니다”며 “대통령은 1호 당원으로서 당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해야 할 역할과 책무가 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도 한 달에 300만원, 1년에 3600만원의 당비를 내는 1호 당원으로서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해선 “당무 개입이 아니라 사실관계, 팩트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윤·안 대선후보 단일화 성과를 놓고도 양측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으며 반목했다. 윤 대통령 측은 단일화 성과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안 후보가 국무총리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고사하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거취 문제 등을 놓고 번번이 이견을 공개 표출하며 국정운영에 부담을 줬다고 보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총리를 제안받은 적이 없다. 인수위원장과 총리는 동시에 할 수 없어 인수위원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복지부 장관도 (후보자가) 두 번 낙마하고 세번째 사람을 찾을 때였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김기현 후보와 그를 지원하는 친윤계는 이날 안 후보를 겨냥해 색깔론까지 동원한 맹공을 이어 갔다.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은 SNS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사드배치에 반대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안 후보가 신영복씨에 대해 존경을 표한 것에 윤 대통령이 충격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안 의원이 신영복 씨에 대해 그렇게 얘기했는지가 좀 더 본질 아니겠느냐”라고 말하며 가세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이 6일 인천시 남동구 국민의힘 인천시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수구 갑·을 당원협의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후보는 SNS에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국민의힘’의 당대표가 되고자 한다면 안 후보는 반(反) 대한민국 보도의 총본산 언론노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불응시 후보 사퇴까지 요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양측의 누적된 갈등이 현시점에서 분출한 데는 당권주자인 안 후보의 여론 우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내년 총선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는 체제로 여당과 국회를 개편할 계기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경원 전 의원을 공개 비판하는 성명에 참여했던 초선 의원 9명이 이날 나 전 의원을 만나 “나경원 (전 원내)대표님께서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고 두문불출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위로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퇴진을 주장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왼쪽부터 이기인 청년 최고위원 후보(경기도의원),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국회의원), 천하람 당대표 후보(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전 최고위원). 공동취재사진

◆친이준석계 후보 4人 “윤핵관 퇴진하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 4인방이 6일 국회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퇴진’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의 안철수 당대표 후보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으로 비화하자 이를 파고들어 ‘비윤(비윤석열)’ 표심을 끌어모으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이준석 전 대표와 가까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간신배 윤핵관의 퇴진 도우미!’, ‘공천권을 100만 당원에게!’, ‘간 보지 않는 소신정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에 나섰다. 천 후보는 국회의원 보좌진 등 당 관계자들을 향해 “윤핵관 세력을 집으로 보내고 소신과 능력 위주로 당을 운영하겠다”고 연신 외쳤다.

 

천 후보는 40여분간의 선전전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윤핵관을 향해 “간신배를 간신배라고 부르지, 뭐라 하나”라고 질타했다. 앞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윤핵관이니, 간신배니, 이런 악의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것은 더 이상 동지로 간주할 수 없다”고 하자 이를 직격한 것이다.

 

천 후보는 “그런 용어(윤핵관·간신배)를 막는다고 해서 윤핵관이라고 하는, 우리 당을 굉장히 어지럽히는 간신배에 대한 국민 불만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안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공개 비판을 받은 데 대해선 “대통령실의 반응이 너무 과도하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첫 전당대회가 축제가 아니라 몇몇 후보들, 그 후보 지지자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천하람 당대표 후보(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뉴스1

친윤계에 대립각을 세우는 공동 선거운동을 통해 비윤 표심을 최대한 결집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최고위원 경선에서 친윤계 주자가 난립한 만큼 단일대오를 결성하면 당선권에 들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핵관은 고유명사 비슷하기라도 하지만 간신배는 보통명사”라며 “간신배 잡겠다고 했을 때 불편하거나 화나야 될 사람은 간신배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