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진단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기둔화 상황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출 부진에 이어 내수 회복세까지 꺾였다는 분석이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심화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경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0.3%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KDI는 7일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둔화 심화’는 지난달 KDI가 밝힌 ‘경기둔화가 가시화하는 모습’에서 한층 더 부정적인 진단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둔화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올해부터는 경기둔화가 가시화하고, 또 악화하면서 본격적인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과 내수는 줄고 있는데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가스 등 ‘난방비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5.04%에서 1월 5.18%로 확대됐다.
당초 정부는 올해 우리 경제를 ‘상저하고’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상저’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이날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이후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 완화됐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중기적으로는 경제적·지정학적 분절화가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향후 중국 리오프닝이 본격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진작효과가 크지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관련해서는 중국 공급망 차질 완화에 따른 하방 요인과 원자재 수요 확대라는 상방 요인이 혼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기적으로는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분절화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확대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핵심 품목 수출이 주로 미·중에 편중돼 있고,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도 높아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우리 수출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경우, 총수출액(명목)은 1.0∼1.7%,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1∼0.3%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서영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개최한 특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소비 회복 흐름이 약화하면서 국내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그는 “주요국 경기 흐름,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 집값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정,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자본이탈 우려 등으로 향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