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년 전보다 500억달러 넘게 줄면서 1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전년보다 1000억달러 이상 늘어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22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298억3000만달러 흑자로, 2021년(852억3000만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554억달러 급감했다. 2021년 3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2011년(166억3800만달러) 이후 11년 만에 가장 작은 흑자 규모다. 다만 한은이 앞서 내놓은 전망치(250억달러)는 넘어섰다.
경상수지란 국가 간 상품·서비스의 수출입 및 자본·노동 등 생산요소의 이동에 따른 대가의 수입과 지급을 종합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상품수지 흑자 급감과 서비스수지 적자 폭 확대에도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데는 본원소득수지 흑자 증가가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본원소득수지는 전년 대비 34억4000만달러 증가한 228억8000만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기업의 해외 현지법인 배당수입 등이 늘어나면서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 규모가 2021년 95억8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44억4000만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연간 흑자 규모가 2021년에 비해 큰 폭으로 축소됐지만 높은 수준의 에너지 가격, 주요국 성장세 둔화, 정보기술(IT) 경기 하강 등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경상수지 흑자 폭 축소는 일본·독일 같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출 강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여파에 경상수지가 대폭 개선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6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6.6% 급감한 상태다. 김 부국장은 “향후 경상수지는 에너지 수입 흐름, 주요국 경기·IT 업황 개선 여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 당분간 매월 흑자·적자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