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금리인하 요구를 거절할 경우 그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할 경우 신용도 평가에 활용된 정보내역도 제공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금리인하 실적도 상세하게 공개해야 한다. 고금리로 가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가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당국의 ‘수용률 줄세우기’가 또다시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금리인하요구제도 실효성 제고방안’을 마련해 올해 상반기 중 순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금리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 불수용 사유를 세분화하기로 했다. 현재 불수용 사유의 대부분이 ‘신용도 개선 경미’인데 이를 △신용등급 변동 없음 △신용원가 변동 없음 △최고금리 초과 등으로 세분화해 안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당국의 이 같은 지시는 고금리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상환 부담이 오른 상황에서 은행이 과도한 이자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시각에서 나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신한·하나)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전년(14조5428억원) 대비 9.0% 증가해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수익은 같은 기간 17∼24% 고성장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금리인하요구권 실효성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이용률은 평균 1.8%에 불과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자료 분석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은행권 평균 금리 인하 요구 수용률은 25% 정도였으며 가계대출 수용률은 23.8%, 기업대출 수용률은 51.7%였다.
업계는 인터넷뱅킹 등을 통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문턱을 낮춘 만큼 수용률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19%), 토스뱅크(17.8%), 케이뱅크(24.6%) 등 이른바 ‘인터넷 전문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다른 은행에 비해 더 낮았다. 단순 수치만으로 ‘줄세우기’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직장인은 “그동안 승진했을 때 등 여러 차례 금리인하 요구를 했지만 번번이 이유도 모르고 거절당했다”며 “앞으로는 최소한 왜 거절당했는지 정도는 알 수 있게 될 것 같아 답답함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