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때로 시대적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등장한 다다이즘이 그 한 예다. 이 전쟁은 발칸반도를 놓고 양분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범슬라브주의를 주장했던 러시아와 그에 동조한 프랑스와 영국이 한 편이 되고, 후발 자본주의 국가로 경제발전을 위해 식민지가 필요했던 독일의 범게르만주의에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가 가세해 맞섰다.
전쟁에선 기관총 같은 기계화된 무기가 등장했고, 양측의 인명 피해도 상상을 초월했다. 기계화된 무기가 수백만 명을 희생시키는 비극적 상황을 목격하면서 기계문명이 약속하는 듯했던 낙관주의와 이상주의가 무너졌다. 전쟁참여를 독려한 정치가, 고위 관료, 장군들로 이루어진 기성세대와 전쟁에서 참상을 직접 겪은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도 생겼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은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인류를 전쟁으로 내몬 시대의 광기로부터 벗어나려 했고, 사회적 현실에 관심을 두지 않는 완전히 자유로운 예술을 꿈꿨다. 전쟁 중인 1916년 전쟁을 피해 모인 중립국 스위스에서 시작해서 독일, 프랑스, 미국으로 퍼져나간 다다이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