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시설 포화 1∼2년 당겨져 7년 후부터 원전가동 중단 우려 법률 정비·사회적 공론화 시급
핵폐기물 대란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공개한 ‘사용후 핵연료 포화시점 재산정 결과’에 따르면 한빛원전은 2030년부터 저장 공간이 꽉 차고 한울(2031), 고리(2032년), 월성(2037년), 신월성(2042년) 원전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포화시점이 대부분 2021년 12월 전망 때보다 1∼2년 앞당겨진 것이다. 새 저장시설이 마련되지 않으면 7년 후부터 원자력발전 가동은 순차적으로 중단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정부의 친원전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저장시설 확충은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원전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를 완전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하다. 방폐장(방사능폐기물 처리장) 없는 원전이 ‘화장실 없는 아파트’라 불리는 까닭이다. 현재까지 국내 원전에서 나온 1만6000t의 사용후 핵연료는 습식·건식 저장소에 저장돼 있다. 저장소 건립에는 7년가량이 소요돼 올해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면 가동중단을 피할 길이 없다.
고준위 방폐물을 무한정 이런 임시시설에 보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구처분을 위한 로드맵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착수 이후 20년 내 중간저장시설을, 37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는 그림을 그렸지만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방폐장 건립은 님비(지역이기주의)현상의 영향을 받는 여러 시설 중에서도 반발과 저항이 가장 심하다. 1980년대 이후 안면도·부안 등 부지 선정 작업이 9차례나 시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방사능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하는 경주 방폐장만 해도 주민 설득과 입지 선정에 20년 가까이 소요되고 갈등도 심각했다.
원전 외부에 짓는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이 없이는 원전강국의 꿈은 신기루에 그칠 게 뻔하다. 원전 선도국인 핀란드는 2년 후 지하 깊숙한 곳의 암반에 구멍을 내 사용후 핵연료를 묻는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하고 스웨덴과 프랑스는 2030년 초, 2040년대 각각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이들 나라가 1970∼80년대부터 논의를 시작해 40∼50년 후에야 이런 결실을 맺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국가적 난제다.
우선 과제는 법률정비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이 이미 세 개나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겨우 공청회를 마친 상태다. 정부와 여야가 이 법안을 통과시켜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학계는 특별법이 제정될 경우 우리도 2050년쯤 영구처분시설을 운영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지선정 때 절차를 투명하게 하고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방폐장이 기피시설인 만큼 부지로 선정되는 지역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법률로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줄이는 첨단 기술 개발과 함께 시설운용 방식과 과학·기술 관련 정보도 공유해 지역 주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