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보복여행’ 간절한 동남아 관광대국들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태국·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관광 대국들 ‘큰손’ 중국 관광객 환영

코로나19 방역완화…한미일 제외, 동남아 반사이익
아세안 관광포럼에서 에코·할랄· 역내 관광활성화 논의
주최국 인도네시아 ‘5개의 새로운 발리’ 역점 사업
동남아 여행시장 2024년 예년 수준 회복 기대

세계적으로 여행 시장이 점차 기지개를 펴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닫혔던 국경이 열리고, 항공사들의 하늘길도 넓어지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국내 여행자 수가 크게 늘었으며, 설연휴 기간 등에는 항공편 좌석 구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럼에도 예전 수준의 여행 활성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많은 나라가 코로나19로 닫혔던 문호를 개방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주요 과제가 됐다. 무엇보다도 중국 단체관광객을 바라보는 각국은 눈빛이 간절하다. 중국 인구와 관광객 규모가 다른 나라와 비교가 안 되는 많다보니, 유치 경쟁도 치열하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캄보디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7일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프놈펜=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단체관광 재개…설레는 동남아 국가들

 

각국의 촉각은 중국 정부가 자국인의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보다 곤두섰다. 중국 정부는 6일부터 20개국을 대상으로 자국인의 단체여행과 패키지 상품 업무 재개를 허가했다. 한국의 경우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자, 해외 단체여행 대상 국가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다가 11일 일부 분위기가 호전됐다. 한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40일 정도 중단한 중국인 단기비자 발급을 이날부터 재개하자. 중국 외교부도 한국인의 비자 발급 정상화를 적극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던 중국 관광객의 입국을 기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 외에도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강경 자세를 보여왔다. 모두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대폭적인 입국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반면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7개국과 홍콩·마카오·대만 등 중화권이 그 수혜를 받고 있다. 항공업·여행업·숙박업 등을 중심으로 동남아 지역에 훈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관광·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중국인 해외여행객은 1억5000만 명이 넘었다. 이들 중 2700만 명이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 6개국을 찾았다. 이번에도 중국인들의 동남아 관련 여행상품 문의는 폭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령 여행 재개 첫날 태국 방콕 및 푸켓행 단체여행 상품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라오스, 캄보디아, 뉴질랜드,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목적지로 하는 상품들도 인기를 끌었다.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 족자카르타에 자리하고 있는 보로부두르 사원의 전경. 보로부두르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꼽힌다. 족자카르타=신화통신·연합뉴스

방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첫 중국인 단체관광은 태국 푸켓을 찾은 여행객들이다. 이들은 5박 6일 일정으로 태국을 찾았다. 방콕 돈무앙국제공항에는 중국 광저우에서 온 단체관광객 2개팀을 환영하려는 태국 공무원과 중국 외교관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이 현지 방송에 반복적으로 보도됐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관광산업 회복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캄보디아 프놈펜 교외 지역에서 여학생 두 명이 지난 1일 자전거 한 대에 함께 타고 등교하고 있다. 프놈펜=AP연합뉴스

2019년 태국 관광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했던 비중은 약 11%였다. 전체 고용률에서 관광업이 차지했던 비율은 20%였다. 그만큼 관광업은 태국 경제에 중요한 분야이다. 태국은 올해 최소 5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내건 상태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인 1120만 명의 45%에 육박한다. 2019년 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의 28%를 차지했다. 올해는 지난 2월까지 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10만 명에 불과했지만, 문호 개방으로 숫자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감을 반영해 타이 에어아시아는 최근 방콕과 광저우 등 중국 주요 8개 도시 직항 항공편 운항을 재개했다.

 

베트남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를 즈음해 올해 관광객 유치 목표를 1억 명으로 설정했다. 베트남관광청은 4차산업 기술과 지역 기반형 프로젝트, 인재 양성 등으로 관광 분야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은 올해 자국 내를 여행하는 이들이 연평균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강도가 강했던 베트남에서는 지난해에도 연평균 1억 명이 국내 관광에 나서 2019년 수준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힌두교 축제인 타이푸삼를 맞이한 인도계 주민과 관광객들이 5일 쿠알라룸푸르에 소재한 바투 동굴에 몰려들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연합뉴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MICE(미팅, 인센티브, 컨퍼런스, 전시) 시장과 고급 관광객 유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카지노 등이 가능해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지난해 타워1과 타워2의 모든 객실에 대해 리노베이션을 했다. 올해 말까지 리노베이션을 마치면 비용만 1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0년 마리나베이샌즈호텔 개장 이후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다. 싱가포르관광청은 지난해 자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630만명으로 집계한 상태다. 싱가포르와 태국 등 동남아 각국은 2024년쯤이면 자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세안 관광포럼…에코·할랄·인트라 아세안 여행 활성화

 

중국이 자국민 단체관광객을 송출을 재개한 하루 전날인 5일 인도네시아 중부 자부의 족자카르타에서 마무리된 2023 ‘아세안 관광포럼’(ATF)에서는 역내 관광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나흘 일정으로 이뤄진 포럼엔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을 비롯한 29개국에서 100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단위에서는 아세안 10개국 회원국과 한국, 중국, 일본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유타삭 수파손 태국 관광청장이 6일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에서 중국인 입국자에게 줄 선물을 들고 웃고 있다. 방콕=신화통신·연합뉴스

개막식은 첫날 저녁 세계적인 이슬람사원으로 유명한 프람바난 사원에서 열렸다. 마루프 아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개막 선언에서 여행·관광업 재개를 선언하며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산디아가 살라후딘 우노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장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9개국에서) 1000명이 넘는 창조 경제 전문가들이 참석해 관광포럼의 개막식을 빛나게 했다"고 밝혔다. 산디아가 장관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참가자들이 족자카르타와 사랑에 빠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세안 지역의 관광시장 활성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선거에서 아니스 바스웨단의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부지사로 당선됐다가 2020년부터 관광 분야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가국들은 포럼에서 아세안을 여행 타킷 시장으로 삼고, 여행 인프라 개선과 여행업 활성화를 통한 관련 고용 인력 증대에 노력하기로 했다. 이들의 합의가 아니더라도 동남아 시장은 다양한 관광지와 매력포인트를 갖고 있다. 산디아가 장관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회원국이 에코 투어리즘, 할랄 음식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세안은 세계적인 자연 관광자원이 많아, 에코 투어리즘의 성지로 거듭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할랄 분야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배경은 동남아 무슬림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줄 수 있다. 아세안 각국은 포럼에서 무엇보다도 아세안 자체 내에서 상대국을 찾는 여행 프로그램들이 늘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확인했다. 

 

말레이시아에 인접한 태국 남부의 나라티왓 지역의 한 모스크에서 무슬림 아동이 5일 관광객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양국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나라티왓=AFP연합뉴스

◆관광포럼 주최국 인도네시아 “5곳의 새로운 발리 개발”

 

개별국가들이 구체적인 비전을 내놓기도 했는데, 포럼 주최국 인도네시아는 항공사와 여행사에 직항 노선 여객기 확대와 창의적 여행상품 개발 등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디아가 장관은 지난해 자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550만 명으로 최악의 순간을 지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 자체적으로는 세계적인 관광지 발리섬을 모티브로 삼아 ‘5곳의 새로운 발리’를 적극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발리’ 5곳은 북수마트라의 토바 호수, 중부 자바의 보로부드르 사원,  동부 누사뜽가라의 라부안 바조, 서부 누사뜽가라의 만달리카, 북부 술라웨시의 리꾸빵이다. 이들 5개 지역은 향후 2년 동안 관광 명소로 적극 개발된다. 

 

태국의 주요 교통수단인 툭툭(삼륜택시) 기사가 4일 방콕 시내에서 관광객 등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방콕=AFP연합뉴스

5곳의 새로운 발리는 지역 활성화에 적극적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1월 열린 전국 기초·광역단체의 기관장 등의 모임에서 지역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들은 독창성을 갖춘 브랜드를 구축해야 하며, 이 독창성은 특정 아이템을 주제로 해도 좋다”며 “가령 바나나 도시를 표방한다면 바나나에 관한 상품을 즐비하게 ‘바나나’ 하면 생각나는 지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38개주의 도시와 지역들이 모두 독특한 매력을 바탕으로 지역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권고였다. 

 

동남아 국가들이 이처럼 관광 분야에 투자를 강화하고 관심을 높이면서 해외시장 등에서도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만 하더라도 국내에 진출한 다수의 자국 관광청을 통한 여행 프로그램을 적극 소개하면서 특정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국내 도시들도 코로나19 세계의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그간의 사업을 점검하고, 새로운 프로그램 제시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 세계 여행 및 경제 분야가 2022년까지는 코로나19로 닫힌 시장이었다면, 202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열린 시장이 되기에 각국 여행업계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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