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물가 안정되면 경기대응 전환 예고했지만…공공요금 인상 등 변수 많아

정부가 물가가 안정되는 시점에 맞춰 정책의 초점을 경기대응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 물가가 꺾이는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중 물가상승률이 4%대로 내리고, 하반기에는 3%대로 떨어지는 등 점진적인 하락세를 자신하고 있지만 공공요금 상승 여파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같은 대외 변수도 많아 정책 전환 시점을 예단하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물가 안정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공공요금 모니터링 강화 등 정부의 미시적 물가 대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상반기에 물가 안정에 주력한 뒤 물가상승률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경기 둔화에 대응할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0일 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서 “아직은 물가 안정 기조를 흩트려선 안 되고, 거시적으로 보면 여전히 물가 안정에 당분간 중점을 둬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만약 물가 안정 기조가 확고해지면 모든 정책 기조를 경기(대응)쪽으로 턴(turn·전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책 기조 전환을 예고한 건 현재 5%대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가 점점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상반기 중 4%대로 내려가고, 하반기에는 3%대로 내려가 연간 3.5%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현재 경기 부양책을 쓴다면 고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지만, 물가 상승률이 4%대 초반까지 내려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경기 대응에 나서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물가가 정부의 예상대로 움직일 경우 올해 상반기 종료 시점이나 하반기 초입에는 경제정책 방향이 전환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물가를 자극할 많다는 점이 변수라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각각 29.5%, 36.2% 오르는 등 공공요금의 전례 없는 상승세가 한동안 둔화세를 보였던 물가를 다시 끌어올린 것이다.

 

공공요금 인상은 전기·가스·수도 가격, 교통비에 영향을 직접 줄 뿐 아니라 산업별 원가를 높여 다른 항목의 소비자 가격까지 함께 밀어 올리는 연쇄 효과까지 발휘할 수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가 정하는 공공요금 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교통비를 중심으로 공공요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가 중형택시 기본거리를 2.0㎞에서 1.6㎞로 줄이고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서울시도 4월에 지하철·버스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상품·원자재 가격 상승 등 예상치 못한 대외 악재가 물가를 추가로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강화돼 한·미 정책금리 차이가 추가로 확대될 경우, 원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도 물가 흐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가 진정 속도가 올해 경기 연착륙을 좌우할 최우선 변수인 만큼 정부의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2023년 경제 현안 분석’에서 “올해 국제유가를 80달러, 원·달러 환율을 1250원 수준으로 전제할 경우 4분기 이후에나 소비자물가가 2%대로 진입할 것”이라면서 “유가, 환율 등이 안정되더라도 서비스가격을 중심으로 상당 기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요 품목별 수급 안정화 관련 미시적 대책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산정책처는 고물가가 지속될 상반기에 에너지·농축수산물 관련 세제 지원 연장 및 수급관리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고, 공공서비스 요금 모니터링 강화도 필요한 미시 대책 중 하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