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이지만 보수·진보 갈등은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다. 헌정 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로 탄생한 김대중정부는 대북정책에서는 분명한 진보성향을 보였으나, 경제정책은 어느 정권보다도 더 보수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하였다. 노무현정부에서도 진보적 대북정책, 보수적 경제정책의 전통은 이어졌다. 그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역시 실용주의, 경제민주화 등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약간 다른 중도적 성격의 경제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5년간 대북정책은 물론 경제·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진보성향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주말마다 반복되는 보수와 진보 세력들의 집회가 이러한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경제’는 보수와 진보를 엮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경제 개념은 유엔이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세계환경회의의 주제를 ‘지속가능발전’으로 설정한 데서 유래되었다. 당시 국회대표단의 일원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 필자는 환경부 차관에게 정부 입장을 물었더니, “참석은 하되 합의문에는 가급적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리우 회의를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결국 정부는 이 회의에서 제시된 거의 모든 문건에 서명했고, 필자는 환경에 관심있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환경 관련 법령을 새로운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할 수 있었다.
리우 환경회의 결과에 고무된 유엔은 199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사상 처음 사회개발정상회의를 개최했고, 2000년에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설정했으며, 2015년부터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개발해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제운용 패러다임이 성장 위주에서 분배, 삶의 질 등을 포괄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지속가능경제’ 개념은 기존의 ‘시장경제’도 경제적 가치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시장경제에 대한 진보세력의 반감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이 개념은 기존의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에 대한 보수세력의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