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칼날에… 비트코인 일주일 새 7% 넘게 급락

세계 3위 코인거래소 크라켄 제재
모든 스테이킹 서비스 중단 여파

시장선 “美 긴축 완화 땐 상승세로”
“규제리스크 아직 커” 전망 엇갈려

FTX, 테라·루나 사태 이후 두 달여 만에 2900만원을 회복한 가상화폐의 대장주 비트코인이 일주일 새 7% 넘게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발언과 함께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재를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12일 가상화폐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3일 오전 4시 기준 2945만원까지 치솟은 뒤 지난 11일 오전 8시 기준 2737만원으로 7.2% 하락했다. 이후 12일 오후 1시 기준 2700만원대를 횡보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진 것은 미 SEC 제재로 크라켄이 이더리움을 포함한 모든 스테이킹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크라켄은 가상화폐를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스테이킹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SEC는 이를 미등록 증권업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뉴욕 기업들의 엇갈린 실적발표와 연준 당국자들의 매파성향 발언 등에 나스닥 지수가 빠지면서 가상화폐 가격은 함께 하락했다.



이 같은 현상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비트코인 상승을 예측하는 이들은 최근 가상화폐 시장과 나스닥 등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긴축완화 시점에 맞춰 가상화폐 시장이 다시 상승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나스닥과 비트코인 가격의 상관계수는 0.88로 최근 들어 비슷하게 움직여왔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초 연준의 피봇(금리인하 전환)에 대한 기대감과 이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 달러지수 하락 등으로 비트코인은 40% 가까이 상승했다”며 “이는 2019년 상반기 강세장을 이끌었던 환경과 동일한데 추가적인 상승을 보이려면 금리 및 달러 하락 추세가 이어지는지 여부가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 5월 중으로 예상되는 비트코인 반감기도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약 4년 주기로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첫 번째 반감기는 2012년, 두 번째 반감기는 2016년, 세 번째는 2020년 5월에 발생했다. 대부분 비트코인 상승기와 맞물려 있다.

회의론자들은 세계 정부의 가상자산 규제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고 진단한다. 미 SEC는 일부 가상화폐와 거래소가 규제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증권업을 하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해 제재하고 있다. 리플 등 가상화폐에 대한 미국 법원의 증권성 판단도 다음 달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17개 법안의 입법 논의가 오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예정됐다. 만일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폭넓게 인정된다면 대규모 가상화폐 상장폐지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를 진단하면서 “비트코인 사용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가상화폐 시장의 법적위험, 재정취약성, 투기적 성격을 감안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