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 일주일 만인 13일(현지시간) 사망자 공식 집계가 3만5000명을 넘어섰다. 튀르키예에서 확인된 사망자 수는 매일 수천명씩 늘어나는데 시리아에선 10일 이후 계속 3000명대다. 이 숫자를 그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게 국제사회의 판단이다. 정부뿐 아니라 전 세계 수많은 국가가 구조에 동참하며 빠르게 사망자와 생존자를 수습·구조하는 튀르키예와 달리 13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 상황에 대한 정보 전파가 외부에 거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날 세계보건기구(WHO) 동지중해 지역재난 대응 책임자인 릭 브레넌 박사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정확한 수치를 내기 어렵지만 최소 93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브레넌 박사는 “지금까지 정부 통제 지역에서 사망자 4800명, 부상자 2500명으로 기록됐고, 반군 장악 지역에서는 4500명이 숨지고 7500명이 다친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WHO는 “여전히 반군 지역에서 더 많은 정보가 보고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피해 지역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됨에 따라 사상자 수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내전으로 굳게 닫혔던 시리아 국경의 문이 조금이나마 열리면서 피해 지역의 비참한 실상이 속속 전해지는 중이다. 시리아는 턱없이 부족한 장비로 구조 작업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 외에 콜레라 등 전염병으로 인한 2차 피해에 무방비 상태다.
특히 시리아는 지난해 9월부터 이미 콜레라가 유행 중이고, 이번 지진으로 피해가 큰 북서부를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해 왔던 까닭에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강진 발생 이전인 지난달 18일 기준으로 시리아의 콜레라 의심 사례 7만7500건 중 절반가량이 북서부 반군 지역에서 보고됐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시리아·튀르키예 프로그램 이사 마르크 샤칼은 강진으로 북서부 반군 지역 내 보건시설 37개소가 파손되고 20개소의 운영이 일부 혹은 전면 중단되면서 콜레라가 심각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부상했다고 경고했다.
그나마 구호물품을 실은 항공기 62대가 이날까지 다마스쿠스 공항에 도착하는 등 정부군 통제 지역엔 조금씩 구호의 손길이 닿고 있다. 하지만 반군이 장악한 북서부 지역은 내전으로 인해 손상된 도로망과 정부군 및 반군의 통제 등으로 제대로 된 구호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날 마틴 그리피스 유엔 구호위원장은 튀르키예에서 시리아 북서부쪽 국경을 통과하는 유일한 육로인 바브 알하와를 방문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서부 지역의 ‘구호 실패’를 인정하며 “이들은 버림받았다고 느낄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가능한 한 빨리 이런 실패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얀 헬멧’이라고 불리는 구조단체인 시리아민간방위대도 바브 알하와 통로만으론 북서부로 구호물품 등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면서 더 많은 통로 개방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