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0억 클럽’ 무죄 파문 확산, 檢 또 부실 수사하면 특검 부를 것

비판 여론 고조, 정의당 특검법 촉구
檢, 수사 인력 보강·김만배 영장 청구
전면 재수사 각오로 진상 규명해야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지난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1심 판결 이후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법감정과 너무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비판이 크지만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도 못지않다. 검찰이 항소하고 곽 전 의원 수사·공판 인력을 보강했지만 이 정도로 성난 민심이 수그러들지 의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와 대통령실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장동 개발 ‘50억 클럽’ 비리에 대한 전면 재수사, 특검 도입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50억 클럽’ 명단에 오른 법조계 인사 5명은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빼고는 대부분 검찰 고위직 출신이다. 그래서 검찰이 검사 출신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지 의문시됐던 게 사실이다. 우려대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더니 유일하게 기소된 곽 전 의원마저 지난 8일 1심에서 “독립한 아들에게 준 퇴직금 50억원은 뇌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받았다. 검찰이 청탁 경위, 자금 흐름 등 혐의를 밝힐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서다. 게다가 검찰은 권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등 다른 인사에 대한 수사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러니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은 것 아닌가.



정의당이 어제 ‘50억 클럽’ 의혹의 진상을 밝힐 특검법 도입을 촉구하며 특검 추천 방식과 수사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반기는 국민이 적지 않다. 정의당은 “특검 후보는 비교섭단체 3당(정의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합의로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장동 사건에 거대 양당 출신 정치인들이 연루된 걸 감안하면 일리가 있다. 특검은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 도입하는 제도다. 최고 수사 기관이라 자부하는 검찰은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50억 클럽’ 의혹이 이대로 묻혀선 안 된다. 검찰은 수사팀을 전면 쇄신하고 이 사건을 전면 재수사한다는 각오로 분발해야 한다. 검찰은 어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해 범죄수익 340억원을 수표로 찾아 차명 오피스텔, 대여금고에 은닉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씨와 ‘50억 클럽’ 인사들 간에 오간 로비 명목 불법자금 거래 내역을 낱낱이 파헤쳐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수사가 흐지부지된다면 특검 도입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 국민의 불신을 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