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분양 물량이 풀릴 전망이다. 부동산 강세장 시절 탄력을 받았던 정비사업이 올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으면서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 우려에도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청약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 예정인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모두 12만8553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분양을 앞둔 전체 물량 27만390가구 중 거의 절반(47.5%)에 해당한다. 계획 물량이 모두 실적으로 이어질 경우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가장 많은 물량이 정비사업으로 공급된다.
부동산 경기가 빙하기를 겪으면서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이 예년보다 줄었음에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풍년을 맞은 셈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대도시에서 정비사업 물량이 풀리는 영향이다.
지방에서는 부산의 분양 예정 물량(1만4489가구)이 가장 많다. 특히 남구에서 대연3구역과 우암2구역을 각각 재개발하는 ‘디 아이엘’(4488가구)과 ‘두산위브더제니스 오션시티’(3048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부산 다음으로는 광주(7000가구), 대구(6210가구), 충북(5788가구), 대전(5544가구) 등의 순으로 분양 물량이 많다.
재개발·재건축 물량이 계획대로 풀릴 수 있을지는 앞서 정부가 밝힌 규제 완화책의 실현 여부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정비사업과 관련해 재건축 부담금(초과이익 환수제)과 분양가 상한제 개선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방안도 제시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안전진단 규정은 시행령 개정으로 대부분 시행할 수 있지만, 재건축 부담금은 입법 사안이다. 169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재건축 부담금 완화가 ‘부자 감세’라는 입장이어서 정부·여당이 이를 설득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무주택 청약 요건,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 전매제한 기간 단축 등 규제 완화 방안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주요 정비사업 아파트에 대한 청약 수요의 관심이 기대된다”며 “다만 고금리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만큼 분양가 수준이 청약 성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