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물차 안전운임제, 내실 있는 제도로 개편을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약 20년 전 등장했던 화물연대의 파업 구호는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물류의 중요성을 알게 했다. 그리고 실제로 물류산업은 지난 3년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도 연간 매출액 약 155조원(2021년 기준)의 ‘멈추지 않는’ 성장산업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화물자동차 운송업만 보면 종사자는 전체 물류산업의 절반이 넘지만, 매출액은 약 5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화물운송 시장은 여전히 위수탁(지입제) 방식의 개인 화물차주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영세한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을 보이고 있다.

김천곤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

안전운임제는 이러한 화물운송 시장 구조 및 화물차주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의 결과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과적, 과속, 과로가 일상화한 화물차주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교통안전까지 도모하자는 취지로 2020년에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제도이다.



‘안전’을 내세웠던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처우 개선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교통안전 제고 효과는 불분명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운송 거부까지 강행했던 화물연대의 요구와 시장경제 논리를 강조하는 화주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일몰되었다.

그렇다고 화물운송 시장의 선진화를 위한 노력마저 멈춘 것은 아니다. 지난 연말부터 화주, 운수사 및 차주 등 이해관계자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한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는 안전운임제 개선, 화물운송 시장 구조 개선, 차주 처우 개선 및 산업 지원방안 등 화물운송 시장 전반에 걸친 개선사항을 논의했다. 최근 당정은 이를 토대로 화물운송 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일부 안건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차이가 있어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리적인 대안 마련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제도의 효과와 문제점에 대한 모니터링과 개선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화물운송 시장 전반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진단을 바탕으로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내실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먼저, 운임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자료에 기반한 표준원가를 기준으로 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이 운임 산정에 필요한 원가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려는 노력과 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또한 산정된 표준운임의 강제성이 없더라도 화주는 화물차주와 운수사를 성장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충분한 원가 보상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화물차 기사들은 시장을 떠날 것이다.

우리나라의 올해 산업·경제 전망은 고물가, 고금리, 공급망 불안정 등 대내외적인 어려운 요인들로 다소 어둡다. 그럼에도 저력의 대한민국 각 산업주체들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성장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산업대전환이라는 격변의 시대에 화물운송 시장 이해관계자들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물류산업을 비롯한 전체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