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서울교통공사 등 8개 사업장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주축으로 21일 출범하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새노협)가 노동운동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나이 제한은 없지만 소속 노조 대표 8명 가운데 6명이 30대인 데다 ‘새로고침’이라는 이름처럼 잘못된 것은 고치고,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는 의도 자체가 신선하다. 연구직·공기업 직원 위주의 새노협 송시영 부의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반미운동이 노조와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중심의 명분 없는 정치투쟁을 비판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유준환 의장은 노조 본연의 역할도 주문했다. “기본적으로 임금수준, 근로시간, 근로환경에 집중하는 노조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누가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불투명하고 불공정한 인사·보상 관행을 깨트리겠다는 새노협 출범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민주노총 등의 과도한 정치투쟁과 폐쇄적 문화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노조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탕으로 걸핏하면 불법점거와 정치투쟁을 일삼아온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민주노총 일부 지도부가 간첩단 사건 연루 의혹으로 경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신년간담회에서 노동개혁의 원년을 선언한 윤석열정부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고 나섰다. 최근 건설노조의 월례비 요구 등 갑질횡포를 계기로 정부가 노조회계 투명화에 나선 데 대한 양대 노총의 반발도 거세다. ‘깜깜이 회계’ 논란을 없애기 위한 정부의 회계서류 제출 요구를 아예 ‘노동탄압’으로 규정하고 고용노동부 장관 고발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상생’을 기치로 회계 내역을 매달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새노협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새노협은 노동과 관련 없는 사안과 정치는 선을 그어야 한다고 했다. 약자 코스프레로 강성투쟁과 정치파업만 일삼는 기성 노조에 던지는 메시지는 엄중하다. 투쟁 일변도의 노조문화는 MZ세대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신물이 날 지경이다. 양대 노총이 노동 약자가 아닌 ‘밥그릇 지키기’에만 매달릴수록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정부는 귀족노조의 폐해를 더는 좌시해선 안 된다. 어정쩡한 타협이 아니라 노동현장에서 불법·탈법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 대응 기조를 견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