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들어 처음 발간하는 ‘2022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다시 들어갔다. 2016 국방백서 이후 6년 만이다. 국방부는 적 표기 부활에 대해 “북한의 대남 전략, 우리를 적으로 규정한 사례, 지속적인 핵전력 고도화, 군사적 위협과 도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호칭도 직책을 빼곤 ‘김정은’으로 표기했다.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지칭하는 방식이나 태도를 감안할 때 당연한 조치다. ‘북한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안보 현실에 걸맞은 국방백서를 보게 돼 다행이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1일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북핵 확장억제를 위한 동맹의 능력과 공동기획, 실행 방안 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한 듯 이번 백서에는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조하는 내용이 대거 반영됐다. 이전 2020 국방백서와 비교해 관련 내용이 3배 가까이 는 것이다. 이전 백서에는 없던 미국 전략자산의 전개와 빈도가 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달라진 한·미 공조와 안보 전략 기조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백서는 일본을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미래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로 표현했다. ‘가까운 이웃’ 표현은 문재인정부 시절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사라졌다가 4년 만에 재등장한 것이다. ‘가치를 공유하며’라는 대목도 2018·2020년 백서에 없던 내용이다. 일본과의 안보협력 강화와 관계 개선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틀어졌던 양국 관계를 감안할 때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북핵 고도화와 미사일 위협 와중에도 김정은의 ‘가짜 평화쇼’에 매달려 안보불감증을 확산시켰다. 이런 탓에 우리 군은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주적 개념이 사라진 게 맞느냐’는 병사들 질문에 간부들은 난감해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갖가지 사건·사고가 터졌다. 여기에 한·미 군사훈련 등 주요 군사훈련까지 중단되다 보니 북한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 역량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적 개념을 분명히 한 국방백서 발간이 느슨해진 군 기강을 다잡고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앞으로는 정권이 김정은의 심기를 살피고, 군이 정권의 ‘코드’를 맞추는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