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사진 앞줄 왼쪽)·김기현(〃 〃 오른쪽)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16일 서로 날 선 공방전을 벌였다. 안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을 제기하며 "당 대표 자격이 없다"고 저격했다. 반면 김 후보는 "가짜 뉴스성 민주당식 내부 총질"이라고 반박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북·전남 합동 연설회에 나서 "김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황교안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며 "95% 할인해 팔겠다는 능글맞은 말로, 그 이상 엄청난 시세차익이 났다는 것을 오히려 인정했다"고 공격했다.
그는 "많은 국민께서 전날 토론회를 보고 의혹이 커졌다고 말한다"며 "김 후보는 1800배 차익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 국민 상식과 도덕적 기준에 맞는 해명을 하라"고 쏘아붙였다.
안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장동 비리를 심판할 수 없다"며 "오히려 공격받고 필패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험지 출마를 두고도 공세를 퍼부었다.
안 후보는 김 후보를 향해 "저는 당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 출마 지역을 당에 맡기겠다고 약속했다"며 "이곳 호남도 예외가 아니다. 당이 요청하면 저처럼 제주나 호남에서 출마할 용기가 있나"라고 물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당대표가 되면 호남 출신 인사를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총선에서 승리하면 당대표직을 바로 내려놓겠다고도 했다.
이에 김 후보는 안 후보의 발언에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자신을 공격한 안 후보와 황 후보를 연달아 저격했다.
김 후보는 우선 안 후보를 향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나르는 민주당식 DNA가 우리 전당대회에 횡행하는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당원들을 향해 "민주당식 프레임으로 내부총질 하는 후보를 용납하시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저를 잡으려고 문재인 청와대와 경찰이 총출동했을 때 다 나온 이야기"라며 "재탕, 삼탕에 이제 사골탕까지 끓일 모양"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탈탈 털어도 하나도 안 나왔고 뭐가 있었으면 제가 여러분 앞에 서있겠느냐"며 "우리 전대에서 ‘아니면 말고’식이 용납이 되시느냐"고 소리 높였다.
그는 황 후보가 "호남에 3명의 국회의원을 세우겠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도 그분이 당대표 할 때 비례대표 1분을 배정했다"고 비꼬았다.
김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 "또 어떤 분은 지명직 최고위원을 세우겠다고 하셨는데 이미 우리당은 당헌당규를 해뒀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우리당 내부 사정을 알아야 일을 하지 살림이 뭔지도 모르고 어떻게 하겠느냐"고 맹폭했다.
김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의 투기 의혹 제기에 "뻔히 가짜 뉴스인걸 알면서도 아니면 말고식으로 하는건 저급한 정치공세"라며 "이런 사람이 당대표가 되면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거듭 일침을 가했다.
그는 안 후보가 '총선 후 당대표직을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면 총선 때 자기 사람을 다 심어논 다음에 그만두는 거 아니냐. 대권행보가 아니라고 한다면 국민을 속이고 당원들에게 꼼수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원을 그런 식으로 속이려 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말했다.
김 후보는 "안 후보는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 총선 공천 문제로 자기가 미는 후보 민다고 내부에서 난리법석이 나게 한 적 있다"며 "그 선거에서 바른미래당이 참패했다"고 했다.
황 후보는 연설회에서 "당대표가 된다면 반드시 호남에 3명의 국회의원을 세우겠다"며 "호남에 사는 호남 사람을 꼭 공천해서 호남에도 기운이 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 후보는 이날 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를 겨냥해 "‘기대기 정치’로는 이길 수 없다"며 "KTX 관련 이슈들이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이 정말 물어뜯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처럼 잘못해서 자백하고 해야 되는데 이게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황 후보는 전날 열린 TV조선 주최 합동 토론회에서 김 후보의 '울산 KTX 노선 변경 시세차익 의혹'을 언급하며 집중 공세를 폈었다.
천하람 후보는 합동 연설회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보수이념과 가치가 호남에서도 구현되도록 당선자를 내는 정치를 해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명맥이 끊긴 호남의 큰 정치인을 국민의힘에서 배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 후보는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전남 순천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경쟁자인 안 후보가 전날 '총선 승리 후 당대표를 물러나겠다'고 약속한 데 대해 "집권 여당 당대표로서 정부와 보조를 잘 못 맞추겠다, 선거 때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스스로 노출한 발언"이라며 "‘윤심’ 호소가 실패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 당대표는 단순한 선거대책위원장이 아니다"라며 "선거까지만 하고 대통령이 불편할 수 있으니 물러나겠다는 것은 책임있는 당대표 후보의 자세가 아니다"고 재차 지적했다.
자신이 대통령과 지나치게 대립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이미 대통령의 적이라고 규정된 후보가 더 심각할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저에 대해서 어떤 관계성을 규정하신 바 없다"고 안 후보를 에둘러 비판했다.
천 후보는 "최소한 대통령을 배신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는 지금부터 이미 '낙하산 공천' 안 하겠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며 "오히려 가장 안 좋은 것은 선거 때는 윤심을 얻기 위해 뭐든 해줄 것처럼 떠들다가 나중에 뒤통수 치는 후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지도부는 이날 연설회 시작 전 일부 극성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이끌 당지도부를 여러분이 선택하시는 만큼 성숙하게 (후보들의 발언을) 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황 후보 일부 지지자가 "정진석 물러나라"고 항의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웃으며 "비대위원장은 3월8일 물러난다"고 대응했다.
그러면서 "집권여당이니 당·정이 혼연일체로 역량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의 내일을 열어야 한다"고 했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우리 전대는 품격있는 전대가 돼야한다"며 "절대 상대를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또 지지자들께서도 상대 후보가 연설할 때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야유를 하면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주최측 추산 1800여명 모인 이날 연설회에서 후보별 지지자들의 응원전을 펼쳐졌다. 김 후보의 지지자들은 반짝이는 조끼를 입고 응원 피켓을 들고 다녔다.
안 후보의 지지자들은 빨간 모자를 쓰고 야구 점퍼를 단체로 맞춰입고 응원전을 펼쳤다.
황 후보의 지지자들은 사물놀이를 하며 응원했다.
천 후보의 지자자 50여명은소규모 응원전을 펼쳤다.
황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행사장에 입장하는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부정선거, 사기탄핵이 일어났는데 니가 한게 뭐가 있냐"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웃으며 "왜 질서유지를 안하는 거죠"라고 한 뒤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