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발병 높다고 매년 검진?… 저위험군 일반인엔 ‘과잉’ [건강]

4개 사례로 알아보는 ‘과잉검진’

① 매년 갑상선 초음파 받는데…
美·英 등 다른 나라도 일반인에 권장 안 해
성별·연령·가족력 따라 검사 주기 달라야

② 부친 췌장암 잃은 자녀 매년 검진?
가족성, 부모·형제 2명 이상 진단때 해당
“주기적 검사 불필요” “필요하다” 엇갈려

③ PET-CT로 전신의 암 확인?
암 조기 발견 위한 건강검진으론 ‘과잉’
위암 등 발견율 낮고 림프종 감별 어려워

④ ‘폐 결절 의심’ 이후 10년간 폐CT?
관찰 위해 2년마다 검진 ‘실보다 득’ 커
결절 크기 작고 변화 없다면 더 필요 없어

건강검진의 목적은 조기 발견을 통한 적기 치료다. 그러나 모든 것이 ‘과유불급’이다. 지인의 투병 소식에 덩달아 검사를 받아 보거나, 직장인 검진 지원 금액에 맞춰 항목을 하나씩 추가하다 보면 ‘과잉검진’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 중 일부는 비용 낭비를 넘어 검진 자체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 세브란스헬스체크업 건강의학과 박진경 교수, 중앙대병원 외과 이승은 교수,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석주원 교수,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구강모 교수,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안화영 교수의 도움을 받아 4개 사례를 통해 ‘과잉검진’에 대해 알아본다.

건강검진 항목 선택에서 많은 사람이 주변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지인의 투병 소식에 좌우되면 ‘낮은 확률’의 검사를 불필요하게 받으며 오히려 꼭 받아야 하는 검사에 소홀해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일부 ‘건강염려증’이 있는 사람들이 저위험군임에도 빈도나 효용이 낮은 질병에 대해 1∼2년 간격으로 불필요한 검사를 받는 경우가 있다. 건강검진은 발병 빈도가 높고, 조기 발견에 따른 예후 차이가 큰 질병에 대해 우선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1. 지인의 갑상선암 발병 이후, 여성에서 갑상선암이 흔하다는 것을 알게 돼 매년 갑상선 초음파를 받고 있는 직장인 A씨.



→ 갑상선암 위험이 높지 않은 일반인이 매년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은 ‘과잉검진’이라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발병 빈도는 높지만 진행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치료 시 예후가 상당히 좋은 만큼 매년 받을 필요는 없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위험군이 아닌) 일반 성인에 건강검진으로 권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검사를 하면 양성 종양인 결절이나 낭종, 즉 딱딱한 혹이나 물혹들이 최소 20∼30%, 많게는 40∼50%에서 발견되지만 이들 대부분은 치료하지 않아도 문제없다”며 “이상 소견은 추가 검사로 이어지고, 비용 낭비와 함께 불필요한 불안감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세침흡인세포검사 등 정밀검사로 극히 드물지만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화영 교수 역시 “갑상선에 악성이 의심되는 결절이 없다고 확인된 경우 갑상선 초음파를 시행하는 것은 과잉검진”이라며 “어린 시절 고용량의 방사선에 노출된 병력이 있는 경우, 유전적으로 갑상선암이 잘 발생하는 증후군이 있는 경우, 가족성 용종증, 카니 복합 증후군, 2형 다발성 내분비 종양 증후군, 베르너 증후군 혹은 카우든 증후군,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의 갑상선 분화암이 진단된 경우 등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진 조건이 있는 경우에 초음파 검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진경 교수는 “갑상선암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다른 암과 달리 5년 상대 생존율이 100%에 가까울 만큼 상대적으로 경과가 양호한 암”이라며 “성별, 연령, 가족력 등에 따라 검진 주기가 달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 2년 전 췌장암으로 부친을 잃은 이후 췌장암은 가족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매년 췌장암 검사를 받기로 한 40대 여성 B씨.

→ 의료진 의견은 엇갈렸다. 박 교수는 “B씨의 연령이 상대적으로 젊어, 가족력을 제외한 흡연, 당뇨, 만성췌장염 등 다른 위험요인이나 의심증상이 없으면 구체적 상담이 필요하다”면서도 “췌장암은 뚜렷한 초기증상이 없고 성장 속도가 빨라 정기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는 것의 이득이 매우 크다”며 검사 필요성에 동의했다.

이승은 교수는 “가족성 췌장암은 부모, 형제 중 적어도 2명 이상이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경우를 이른다”며 “미국 소화기학회에서는 이 경우 1년마다 복부 자기공명영상(MRI)과 내시경 초음파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B씨의 경우는 직계가족 1명인 만큼,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종양 표지자 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서 2∼3년 간격의 추적검사”를 권했다.

명 대학원장은 “국내에서 췌장암은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며 “가족을 잃은 불안감에 한 번 정도는 내시경 초음파나 MRI를 해볼 수 있겠지만 가족성으로 보기도 애매한 만큼 주기적으로 받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 지난해 회사 동료가 잇따라 위암, 폐암 3기 진단을 받는 것을 보고 “전신의 암 여부를 모두 확인해보겠다”며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CT)을 예약한 40대 직장인 C씨.

→ 암 조기 발견을 위한 PET-CT는 ‘과잉검사’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박 교수는 “PET-CT는 조기 위암이나 전립선암의 발견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천천히 자라는 림프종 등에서 감별이 어렵다. 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갑작스러운 체중감소나 원인불명의 신체증상이 있는 등 뚜렷한 효용이 있을 경우에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명 대학원장 역시 “PET-CT는 암 환자의 재발, 예후 판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암 진단 목적으로 시행했을 때는 그 정확도가 낮다. 비용뿐 아니라 정확도 측면에서도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주원 교수도 “단순히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건강검진 검사로 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석 교수는 다만 “폐암을 발견하기 위해 폐 CT, 대장암을 발견하기 위해 복부 CT, 자궁경부암 때문에 골반 MR, 유방암 발견을 위해 유방 MR 등을 모두 촬영하려 한다면 PET-CT 영상검사를 1회 받는 것에 환자의 불편함이나 방사선 피폭, 경제적 비용 측면에서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 10년 전 한 종합병원에서 권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폐 결절’ 의심 소견을 받은 이후 1∼2년마다 폐 CT를 찍어보는 70대 후반 비흡연자 남성 D씨. D씨는 “10년 이상 받는 게 맞는 건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 폐 결절 의심 소견이 있었던 만큼, 관찰을 위한 폐 CT에는 다들 동의했지만, 10년간이라는 시간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박 교수는 “저선량(LD) 폐 CT 검사는 일반 CT 검사의 방사선 노출량에 비해 피폭량이 매우 적고 비용도 비싸지 않기 때문에, D씨는 60세 이상의 고령으로 폐암을 조기 발견할 경우의 득이 실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강모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만 54∼74세, 30갑년(30년간 하루 1갑 흡연자) 이상의 현재 흡연자를 대상으로 2년마다 LD CT를 촬영하는 국가 폐암 검진을 하고 있다”며 “D씨는 고령에 흡연력이 없어 엄밀히 말하면 폐암 검진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폐 결절의 경우 영상의학적 소견에 따라 악성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례가 있는데, 그런 경우라면 주기적인 검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명승권 대학원장은 “결절 크기나 딱딱함, 간유리음영 포함 등에 따라서 다르다. 6㎜ 미만 크기에서 1년 뒤 변화가 없으면 이후에는 더 받을 필요가 없다. 외국에서는 6㎜ 미만이면 첫 검사 이후 추가 검사도 권하지 않는다”며 “간유리음영이 포함된 경우에는 좀 더 볼 필요가 있는데, 이때도 5년까지 변화가 없으면 추가적인 정기 관찰은 더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폐 CT 방사능 피폭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 몸에 변화가 일어나는 수준은 피폭량이 누적 500mSv(밀리시버트) 이상일 때”라며 “LD 폐 CT는 1년에 자연 노출되는 방사능(2mSv 내외)의 50% 수준으로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