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깜짝' 키이우行… G7 중 日 기시다만 남았다

2023년 G7 의장국 日 총리, 아직 우크라 안 가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앞두고 고민 커
日 언론 "총리 의지 강하지만 경호 등 난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주요7개국(G7) 가운데 정상이 직접 키이우에 가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지 않는 나라는 이제 일본만 남게 됐다. 올해 G7 의장국이 일본이고 그간 러시아의 침략을 겨냥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G7이 주도해왔다는 점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2월24일)을 앞두고 키이우를 전격 방문했다. 대외적으로는 “폴란드로 간다”고 발표한 뒤 철통같은 보안 속에 극비리에 일정을 강행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전쟁 중이란 악조건 탓에 미국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전용기 ‘에어포스원’도 포기한 채 미 공군의 C-32 수송기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미국의 변함없는 지원 의사를 밝히며 4억6000만달러(약 597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원조도 약속했다.

 

올해 80세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행(行)은 2024년 대선 재출마 선언 발표를 앞두고 ‘나이가 많지만 분쟁지역 방문 등 힘든 일정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미국인들한테 전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일본 입장에선 이런 ‘깜짝’ 이벤트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법도 하다. 이로써 G7 회원국 가운데 정상이 우크라이나로 달려가지 않는 나라는 오직 일본뿐이란 현실과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G7 중에서 가장 먼저 보리스 존슨 총리가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났다. 정권교체 후 리시 수낵 현 총리도 존슨을 그대로 따라했다. 전쟁 발발 후 영국은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노력을 주도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모두 키이우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조르자 멜로니 현 총리는 아직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적이 없으나, 정권교체 이전인 지난해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숄츠 총리,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갔다.

 

마침 일본은 올해 G7 의장국이다. 오는 5월 히로시마에선 기시다 총리가 의장을 맡은 G7 정상회의가 열린다. 러시아를 제재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이끄는 G7의 의장이 아직 한 번도 키이우에 간 적이 없다는 것은 일본, 그리고 기시다 총리의 외교적 입지를 위축시키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미 기시다 총리에게 “키이우로 와 달라”고 초청한 바 있다. 올해 1월 일본 언론들은 ‘정부가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추진하는 중’이란 취지로 보도했다. 하지만 보안, 경호 등 여러 문제로 성사되지 않고 있다.

 

2022년 3월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일본 의회에서 행한 화상연설이 끝난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도쿄=교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전쟁 발발 1주년을 맞아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을 방문하게 되면 그곳에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키이우를 찾으면서 이 또한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일단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담 전까지는 기시다 총리와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면 만남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분위기다. G7 의장국로서의 책임과 권위가 달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5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정세가 주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히로시마 정상회의까지 대면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