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암호화폐 거래소에 해킹이 발생했습니다. 가상화폐 일부가 유출되자 거래소는 거래를 중단하고 폐쇄했습니다. 약 1개월 후 거래를 재개하면서 해킹을 당한 비율만큼의 가상화폐를 출금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이용자들이 거래소를 상대로 해킹으로 가상화폐를 잃어버려서 입은 손해와 가상화폐를 출금하지 못하는 동안 시가가 하락해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 10. 20. 선고 2021나2047876 판결).
이 소송에서 거래소 이용자들은 거래소 폐쇄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했습니다. 다만 거래소 서비스 재개 후 이용자들이 실제로 출금한 가상화폐만큼은 손해액에서 공제해야 하는데, 이때 출금한 가상화폐만큼 공제할 액수는 출금 당시의 시가 또는 거래 재개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해킹으로 유출되어 반환 불가능한 가상화폐와 거래 재개 당시를 기준으로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었던 가상화폐를 나누어서 거래소의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지 여부와 손해액을 판단했습니다.
해킹으로 유출된 가상화폐에 대해선 이행불능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했습니다. 거래소가 이용자에게 가상화폐를 반환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해졌으므로, 그만큼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손해배상액은 이행불능 당시인 해킹 발생일의 시가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해킹으로 유출되지 않아서 거래 재개일 기준으로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었던 가상화폐에는 이행불능 내지 이행거절은 성립하지 않으나, 이행지체로 인한 손해배상 의무가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이용자들이 가상화폐 출금을 희망하더라도 거래소가 그 반환의무를 즉시 이행할 수 없었던 상태였으므로 이행이 늦어졌더라도 이행을 거절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다만 거래소가 이용자에게 가상화폐를 반환할 의무의 이행이 지체되었으므로 그 지체로 인해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만큼은 거래소가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손해배상 의무가 인정되는 부분의 손해배상액은 차액설의 법리에 따라 산정했습니다. 즉 해킹으로 출금이 중단된 날의 시가와 이후 출금이 재개된 날 시가의 차액 상당인 ‘시가하락분’의 손해를 입었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 이용자들은 해킹으로 출금이 중단된 날의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금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디지털자산혁신산업팀 김추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