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조원 쓰고도 못막은 저출산… 尹정부 ‘양육·보육 지원’으로 전략 전환 [출산율 0.7명대 쇼크]

‘인구 감소’에 맞는 사회시스템 구축
‘지방균형발전·이민정책’ 해법 제시
저출산고령사회위 역할 못해 우려

역대 정부마다 저출산 대책으로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인구절벽’ 현상은 되레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1년 8월 공개된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16년간 271조9000억원의 정부 예산이 저출산 대응 명목으로 편성됐지만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정부는 임기 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까.



윤석열정부는 인구 감소를 인정하면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획 전략을 마련하는 데 인구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각 부처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을 때부터 모든 부처가 인구 감소를 염두에 두고 정책에 반영할 것을 지시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 변화가 경제·노동·국방·교육 등 우리 사회 전 분야의 지속가능성을 흔드는 근본 문제로 판단해서다. 윤 대통령은 특히 출산을 강요한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에서 벗어나 과학과 데이터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인구와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그동안은 출생아 수가 떨어지니 속도를 낮추자는 완화 정책에 맞춰 사업이 주로 이뤄졌다”며 “이제는 예측된 미래(인구 감소)에 맞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설계하는 기획 정책, 적응 정책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윤석열정부는 인구 문제의 주요 해법으로 ‘지방균형발전’과 ‘이민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이 스스로 동력을 찾고 발전해야 한다”며 지방균형발전 정책은 인구 정책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해왔다. 또 해외 인력의 국내 유입을 장려하는 이민도 해법의 하나로 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외국인 정책 컨트롤타워인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신설을 상반기 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는 양육·보육 지원 중심으로 직접 지원 대책은 방향을 전환 중이다. 올해 1월부터 ‘부모급여’를 신설해 만 0세 아동을 키우는 가정에 월 70만원, 만 1세 아동에는 월 35만원을 지급한다. 내년부터는 만 0세 월 100만원, 1세 50만원으로 오른다.

그렇지만 윤석열정부 저출산 대책의 사령탑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미 부위원장 주재로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9개월 만에 열린 첫 번째 운영위 회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윤석열정부 출범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장관급인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그러나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출산과 연계해 대출원금을 탕감해주는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거론했다가 논란이 된 후 해임됐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후임인데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동서대 교수라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