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8명, 출생아 수 25만명대 붕괴, 평균 출산연령 33.5세…. 지난해 우리나라가 받아든 ‘출생·사망 통계 성적표’는 잿빛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청년층이 혼인을 기피하고, 출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혼인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0명까지 하락한 뒤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저출산 기조가 심화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독박 육아·사교육비 부담 등 저출산 원인
늦게 결혼하다 보니 아이를 낳아도 하나뿐인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해 첫째아 출산은 15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8000명(5.5%) 늘었다. 반면, 둘째아와 셋째아는 각각 1만5000명, 4000명 줄었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0세로, 전년보다 0.3세 높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OECD 평균(29.3세)보다 3.7세 높은 수준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이상을 아우르는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전년보다 0.2세 올랐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결혼 후 2년 안에 낳은 출생아 비중은 31.5%로 전년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앞으로 더 떨어진다… “청년 먹고살게 해야”
저출산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마다 저출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체감 효과가 미미한 백화점식 대책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면서 반등에 실패했다.
통계청은 2021년에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이 0.73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출생아 수 역시 지난해보다 1만6000명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출생아 수는 당분간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2055년에는 19만3000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사망자 수 증가도 지속되면서 2030년에는 연간 사망자가 4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2038년에는 연간 20만명이 넘는 인구가 자연 감소하게 된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장래인구추계는 정책적인 부분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그동안에 계속 감소한 혼인이 증가하기 어려워 보여 향후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기조를 막기 위해서는 양육 지원책은 물론 청년 대책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양육 지원 등은 사실 부차적인 부분일 수 있다”면서 “정말 중요한 건 청년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청년층은 경쟁이 심한 상태에 있고, 그나마 일자리를 가진 청년 중에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이들도 많다”면서 “주거나 교육 등 나가는 비용은 증가하는데 청년들이 원하는 수준의 임금과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서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