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부 ‘수사 무마 대가 3억 약정’ 정황

공수처, 경무관 영장 청구 검토
지난 21일 이어 추가 압수수색 진행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현직 경찰 고위공무원이 수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3억원가량의 금품을 받기로 한 정황을 잡고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경찰청 소속 A 경무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김선규)는 영장에 이 같은 내용을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인 A 경무관은 직무와 관련해 중견 건설 업체인 대우산업개발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1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경찰청 간부의 뇌물수수 의혹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에 나선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산업개발은 지난해 1월 시민 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의 고발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단체는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거나 과소하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크지 않은 규모의 건설사에서 1000억원에 가까운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며 이 회사의 회장과 대표, 재무 담당자 등을 외부감사법 위반, 배임·횡령·탈세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이 사건을 맡아 지난해 4월 대우산업개발의 인천 본사와 서울 지점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는 대우산업개발이 당시 강원경찰청에 근무 중이던 A 경무관에게 ‘경찰 수사를 무마해 주면 금품 3억원가량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A 경무관이 수사 담당자인 금융범죄수사대 B 계장에게 무마를 청탁해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 경무관과 B 계장은 과거에 한 경찰서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한다. B 계장은 최근 인사이동으로 금융범죄수사대를 떠난 상태다.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시스

공수처는 또 A 경무관이 증거인멸에 나선 정황 등을 포착해 A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 계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향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수처는 이날 이틀째 압수수색을 이어 갔다. 전날 압수수색을 진행한 10여곳 중 한두 곳 정도가 대상이 됐다. 서울경찰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웬만한 것은 다 했고, 조금 미진한 부분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