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25만명도 붕괴, 인구절벽 심각 저출산委 9개월 만에야 첫 회의 정부·지자체 종합적 대책 내놔야
어제 통계청의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결과’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가 24만9000명에 그쳤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25만명’마저 무너진 것이다. 30년 전인 1992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을 만큼 속도가 가파르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2021년 0.81명에서 지난해 0.78명으로 떨어졌다. 1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에다 2020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혼인 건수는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은 19만2000건에 그쳤고, 평균 출산 연령도 33.5세로 0.2세 늘었다. 만혼에 따른 고령 산모가 느는 건 향후 출산율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2006년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 수립 이후 16년간 저출생 극복 예산으로 280조원을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저출생과 맞물린 인구 감소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운다. 생산인구 감소는 국가경제에 치명타다. 이대로라면 성장은커녕 22세기에 ‘국가소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젊은 층의 가치관 변화로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와 결혼 당위성이 낮아졌다지만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우려스러운 건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저출산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새정부 출범 9개월 만인 21일에야 첫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그사이 여당 당대표 선거와 맞물려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위 부위원장에서 해임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이라는 나 부위원장의 발언에 대통령실이 반박해 정치적 사안으로 만들어버렸다. 저출산위가 유명무실했던 문재인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민청 설립 추진은 바람직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지난해 말 육아휴직 기간·급여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부모급여를 높이는 ‘제4차 중장기 보육기본계획안’을 내놨지만 반응이 신통찮다. 출산 문제는 보육, 교육·주거, 일자리와 맞물려 있다. 저출산은 윤석열정부가 강조하는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의 성패와도 직결돼 있다. 국가의 재정 지원은 필요하지만 사회적 인식과 환경 개선 없이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정부·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정책 방향을 재정비해 종합적·획기적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