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 조합장 선거 불법·혼탁 기승, 제도 개선 시급하다

내달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오늘부터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다. 선거운동 기간은 내달 7일까지다. 전국 단위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에서 1353명의 조합장을 새로 뽑는다. 조합원은 물론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벌써부터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조합장 선거에 나선 출마자들이 과연 조합 발전을 위해서 선거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이 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와 관련해 지난 19일 기준 전국에서 155건의 위법 행위가 적발됐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기가 막힌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17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주김제완주축협 앞에는 난데없는 ‘금품(홍어 등)을 받은 조합원은 자수하여 과태료를 감경·면제받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전북선관위에 따르면 이전까지 모두 20명이 “홍어를 받았다”며 자수했다고 한다.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불법 기부가 얼마나 극성을 부리면 이런 현수막까지 내걸렸겠는가.



전국 조합장 선거가 과열·혼탁해진 배경은 조합장 처우가 좋고 권한 또한 막강하기 때문이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해도 당선되면 4년 임기 동안 평균 1억원대 연봉에 수천만원의 업무추진비는 기본이다. 직원 인사, 예산 집행, 사업 추진 등에서 거의 전권을 휘두른다. 더구나 상임조합장은 연임이 2회(총 3선)까지 제한되지만 비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이 아예 없다. 현직 조합장 상당수가 조합 경영을 상임이사에 일임하는 비상임조합장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최대 10선을 노리는 농협 조합장 등 재임기간이 수십년에 이르는 조합장 다수가 후보 등록을 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현재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공직선거와 달리 후보자 연설회나 공개토론회가 금지된다. 현직 조합장이 절대 유리한 구조다. 처음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에겐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닐 수 없다. 정책은 고사하고 얼굴 알리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금품을 이용해 표를 사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투표권을 갖는 단위 조합원 수가 많지 않은 것도 이를 부채질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이런 ‘깜깜이’ 선거를 막기 위한 관련법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이 표를 가진 조합장의 눈치를 보며 법안 처리를 미룬 탓이다.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부정선거 시비, 당국의 단속 이전에 제도 개선을 통해 이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