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헌적 ‘동성 결합’ 건보 인정 판결, 대법원이 바로잡아야

법원이 그제 ‘동성 커플’의 한 당사자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처음으로 인정해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고법 행정1-3부는 동성 커플인 소성욱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었다. 건보공단이 이성 관계인 사실혼 배우자 집단에 대해서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관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는 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 법 체계에 어긋나는 위헌적 판결이다.

대법원 판결이나 헌법재판소 결정, 민법 등은 이성 간의 혼인만을 인정한다. 국민건강보험법의 배우자도 법률혼의 배우자만 지칭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다만 법률혼과 달리 혼인신고라는 법적 형식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사실혼의 경우 배우자 간 동거·부양·정조의 의무를 지우고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혜택을 준다.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소씨 커플 관계를 ‘동성 결합’으로 지칭하면서 사실혼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동성 결합을 사실혼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봤다. “두 사람이 반려자로 생활하기로 합의하고 사회적으로 선언하는 의식도 치렀으며 상당 기간 생활공동체로 협조와 부양 책임을 졌다”는 이유에서다.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면서 사실혼 관계와 같다고도 하니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재판부 판단은 건강보험 취지를 지나치게 확장 해석함으로써 상위법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건강보험이 소득이나 재산 없이 피보험자에 의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피부양자로 인정해 수급권을 인정할 필요성이 있고 여기에 피부양자 제도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다수결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의 소수자 권리 보호와 법원 책무를 거론함으로써 헌법과 법률보다 판사 개인의 신념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 권익 보호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가족 관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에 섣불리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밝혔듯 구체적 입법이 없는 상태에서 개별 법령의 해석만으로 혼인의 의미를 동성 간 결합으로까지 확대할 수 없는 일이다. 건보공단이 상고 방침을 밝힌 만큼 대법원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