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기 힘든 청춘, 혼인·출산 기피… 이대로면 22세기엔 ‘국가 소멸’

OECD 국가중 10년째 꼴찌

2022년 출생 24만9000명 그쳐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 충격
2025년엔 초고령 사회 진입
경제·연금·병력 부담 가속화
“저출산은 청년세대의 비명”

끝내 합계출산율 0.8명대가 무너졌다. 지난해 가임기 여성 1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면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반면 사망자 수는 37만2800명에 달해 지난해 인구는 역대 최대 규모(12만3800명)로 자연 감소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현재 3500만명 수준인 생산연령인구는 2070년 절반(1737만명) 가까이 줄어든다. 22세기에는 ‘국가소멸’을 걱정해야 할 것이란 우울한 예측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저출생 여파는 당장 체감하긴 어렵지만 우리 사회·경제 각 분야에 점진적이면서 확실하게 부담을 키우게 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국민연금 부담 증가 및 병력 손실, 잠재성장률 하락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저출산의 늪’에 빠진 한국이 출산율 하락세를 반전시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인구절벽 현상이 가속화해 경제·사회적 파국에 직면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2021년 대비 0.03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1974년(3.77명) 4명대에서 3명대로, 1977년(2.99명) 2명대로, 1984년(1.74명) 1명대로 떨어졌다. 이후 2018년(0.98명) 0명대로 떨어진 뒤에도 2019년 0.92명, 2020년 0.84명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다른 국가와의 비교가 의미 없을 정도로 낮다. 2013년부터 OECD 국가 중 10년째 부동의 꼴찌다. 한국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국가가 이탈리아인데 합계출산율이 1.24명으로 우리보다 0.46명이나 높다. 출생아 감소세도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을 기록했는데, 2002년 출생아 수가 49만69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0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는 1970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저치다.

 

저출산은 가파르게 진행 중인 고령화와 맞물려 향후 한국 사회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에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중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022년 24.6명에서 2070년 100.6명으로 4.1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20세 남성 인구가 2025년 23만6000명에서 2045년 12만7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병력 부족도 저출산의 그늘로 꼽힌다.

 

경제에도 부담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감소하면서 현재 2% 수준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50년 0%대 수준으로 하락한다.

 

문제는 이런 전망마저 ‘희망사항’일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은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통해 합계출산율이 2024년에 0.70명을 찍은 뒤 상승해 2046년에 1.21명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혼인 회복, 출생률이 높았던 베이비붐 에코 세대(1990년대생)가 초산 평균 연령대에 접어든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이를 기초로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도 국민연금의 고갈 시점을 2055년으로 잡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을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가 최저치(19만2000건)를 찍는 등 출생아 수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통계들이 줄줄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층이 아이를 낳고 싶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의 비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먹고살기 빡빡한 청춘… 혼인·출산·육아 기피 ‘도미노’

 

합계출산율 0.78명, 출생아 수 25만명대 붕괴, 평균 출산연령 33.5세…. 지난해 우리나라가 받아든 ‘출생·사망 통계 성적표’는 잿빛으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청년층이 혼인을 기피하고, 출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향후 전망도 암울하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혼인 감소 등의 영향으로 합계출산율이 2024년 0.70명까지 하락한 뒤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저출산 기조가 심화할 경우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학생 없어 문 닫는 학교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가 학생수 감소로 폐교를 발표한 가운데 22일 정문 앞에 폐교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에서 통폐합으로 폐교한 학교는 화양초가 네 번째로 62명의 화양초 학생은 통학구역 조정으로 인근 성수초와 장안초로 분산 배치된다. 이제원 선임기자

◆독박 육아·사교육비 부담 등 저출산 원인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조사-출생·사망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1970년 101만명에 달하던 출생아 수는 2000년대 들어서며 가파른 내리막을 보이고 있다. 2001년 60만명대가 깨진 이후 2010년 47만명, 2020년에는 27만2000명으로 주저앉았다.

 

심각한 저출산 경향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사교육비 부담 등이 아이 낳기를 꺼리는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는 지난해 말 미혼 남녀와 기혼 남성, 미취학 자녀 기혼여성, 취학 자녀 기혼여성 등에 대한 그룹별 심층면접 결과를 토대로 △미래에 대한 불안 △일에 대한 욕구 △육아의 어려움 등이 출산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이날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 “정부가 나서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자녀를 갖는 것이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독박 육아’(혼자만 하는 육아)를 깨트려야 한다”며 “여성 중심의 자녀 돌봄 책임 논의를 벗어나 남녀 모두의 문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혼인 자체가 줄고, 혼인을 늦게 하는 추세도 저출생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2000건으로, 전년보다 1000건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혼인 건수는 2021년(19만3000건) 처음으로 20만건 아래로 떨어진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이혼 건수도 9만3000건으로 1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늦게 결혼하다 보니 아이를 낳아도 하나뿐인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해 첫째아 출산은 15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8000명(5.5%) 늘었다. 반면, 둘째아와 셋째아는 각각 1만5000명, 4000명 줄었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0세로, 전년보다 0.3세 높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OECD 평균(29.3세)보다 3.7세 높은 수준이다.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이상을 아우르는 전체 평균 출산연령은 33.5세로 전년보다 0.2세 올랐다.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35.7%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반대로 결혼 후 2년 안에 낳은 출생아 비중은 31.5%로 전년보다 0.3%포인트 감소했다.

 

◆앞으로 더 떨어진다… “청년 먹고살게 해야”

 

저출산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마다 저출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체감 효과가 미미한 백화점식 대책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면서 반등에 실패했다.

 

통계청은 2021년에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0∼2070)에서 올해 합계출산율이 0.73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출생아 수 역시 지난해보다 1만6000명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출생아 수는 당분간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2055년에는 19만3000명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사망자 수 증가도 지속되면서 2030년에는 연간 사망자가 4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2038년에는 연간 20만명이 넘는 인구가 자연 감소하게 된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장래인구추계는 정책적인 부분 등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그동안에 계속 감소한 혼인이 증가하기 어려워 보여 향후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기조를 막기 위해서는 양육 지원책은 물론 청년 대책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양육 지원 등은 사실 부차적인 부분일 수 있다”면서 “정말 중요한 건 청년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청년층은 경쟁이 심한 상태에 있고, 그나마 일자리를 가진 청년 중에서도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이들도 많다”면서 “주거나 교육 등 나가는 비용은 증가하는데 청년들이 원하는 수준의 임금과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서 저출산 문제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