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는 박지훈”…대한항공 감독이 엔트리에 없던 이름 언급한 이유

“오늘 경기의 MVP는 엔트리에도 없는 선수인 박지훈이다. 그가 오늘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완전체’ 대한항공은 역시 강했다. 대한항공이 OK금융그룹을 완벽히 누르고 하루만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대한항공은 22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OK금융그룹과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3-0(25-17 25-15 27-25) 완승을 거뒀다.

 

전날 현대캐피탈이 우리카드에 3-0 완승을 거두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순위표 맨 윗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던 대한항공은 이날 승점 3을 추가하며 승점 62(21승9패)로 현대캐피탈(승점 61,20승10패)에게 빼앗겼던 선두 자리를 하루 만에 탈환했다.

 

이날 경기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대한항공의 토미 틸리카이넨은 MVP로 엔트리에도 없던 리베로 박지훈을 언급했다. 3경기 만에 선발 세터로 복귀해 능수능란한 토스워크를 보여준 한선수도 있고, 고감도 공격성공률(65.38%)을 바탕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0점을 몰아친 링컨도 있지만, 그의 입에서 “등번호 13번의 박지훈이 MVP”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이날 안산 상록수체육관에 도착하기 전 커피를 마실 때 박지훈이 자신의 커피를 링컨에게 양보한 게 시작이었다. 상록수체육관에 도착한 링컨이 몸을 풀려고 보니 이날 입어야 할 유니폼이 아닌 지난 여름 KOVO컵대회 전용 유니폼이었던 게 문제였다.

 

엔트리에 등록되지 않아 신갈에 위치한 대한항공 선수단 숙소에 남아있던 박지훈이 부랴부랴 링컨의 유니폼을 챙겨 자가용으로 상록수체육관으로 향해 달렸고, 경기 전 도착해 링컨의 유니폼을 무사히 전달했다. 박지훈이 챙겨온 유니폼을 입고 선발 출장한 링컨은 한선수의 한껏 물오른 백토스를 전달받아 고감도 공격성공률과 함께 20점을 몰아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틸리카이넨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해들은 한선수 역시 “(박)지훈이가 MVP 맞죠”라고 맞장구쳤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틸리카이넨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선 승리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컨디션 난조와 종아리 부상으로 최근 2경기에서 선발에서 빠졌던 주전 세터 한선수와 아웃사이드 히터 곽승석이 나란히 복귀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묻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한선수나 곽승석이 없더라도 제가 라인업 시트에 선발 선수들의 이름을 적는 것은 무조건 이기려고 적는 것이다. 때로는 어떤 선수들에게 경험을 주려고,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긴 하지만, 지려고 선발 라인업 시트를 적는 감독은 없을 것이다”라면서 “근데 제대로 보시긴 한게,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집어넣은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