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현재 3.50%에서 동결하며 2021년 8월부터 이어져 오던 인상 행보가 일단 멈췄다.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는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은의 기준금리 연속 인상 기록은 일곱 차례(지난해 4·5·7·8·10·11월, 지난 1월)로 마감됐다.
한은이 동결을 결정한 이유로는 불안한 경기 상황이 지목된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다. 2020년 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이다. 올해 1분기도 역성장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정부가 경기 둔화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일단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그동안의 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낮췄다. 한은은 이날 내년 전망치는 2.3%에서 2.4%로 상향했다.
기준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차는 확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전망도 제기된다. 이 경우 현재 1.25%포인트(상단 기준) 수준인 한·미 금리차는 1.50%∼1.75%포인트로 벌어진다.
달러 강세는 심화할 전망이다. 금리 차 확대는 원·달러 환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최근 2개월만에 1300원대를 재돌파한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강달러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 유출과 수입 물가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