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파고들거나 신종 장난감처럼 즐기거나.’
역사상 세상에 나온 가장 똑똑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가 전 세계인을 단숨에 사로잡은 가운데, 이를 활용하는 양상이 양분화하는 모양새다. 챗GPT를 이용해 학습이나 사업에서 퀀텀 점프의 계기로 삼으려는 이들이 급증하는 한편, 아직은 미성숙한 챗GPT의 각종 황당 답변을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로 정착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23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최근 챗GPT 서적에 대한 문의나 관심은 상당한 수준이다. 챗GPT를 누구보다 빠르게 익혀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거나 AI에 자신의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 ‘열공 모드’에 돌입한 이들이 적잖기 때문으로 보인다. 직장인 윤모(28)씨는 “내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챗GPT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있다. 윤씨는 “챗GPT의 기본 원리부터 향후 어떤 산업에 어떻게 활용될지 공부해둬야 고도화한 AI를 뛰어넘는 나만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는 챗GPT 주제의 책이 이미 100권 이상 올라 있다.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에는 챗GPT로 부수입을 얻는 법을 알려주는 전자책 등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출신 전문가들이 발 빠르게 나서 만든 이들 전자책은 최대 14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팔리고 있다.
진지하게 챗GPT를 탐구하는 이들 못지않게 챗GPT와의 상호작용이나 엉터리 답변을 놀이하듯 즐기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황당한 챗GPT의 답변을 모아서 공유하는 게시물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 중 압권으로 꼽히는 사례는 ‘대치동 화장실 역류 참사’라는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알려달라는 물음에 챗GPT가 진지하게 대답한 것으로, “2021년 2월17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944번지의 한 쇼핑몰 내 화장실에서 배수관이 막혀 생긴 역류로 4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등 세 문단에 걸쳐 가짜뉴스를 뱉어냈다. 이 밖에도 “한국 역사에서 삼국을 통일한 사람은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라거나 “훈민정음은 15세기 중국의 이황이 만든 한글의 원리를 설명하는 서적” 같은 틀린 정보가 알려진 것만 해도 상당하다.
이러한 챗GPT 현상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30대 직장인 신모씨는 “챗GPT의 답변을 잘 보면 얕은 지식을 말만 번지르르하게 설명하는 신뢰감 없는 사람이 연상될 때가 많다”며 “이런 답변을 ‘누가 누가 더 웃기나’ 식으로 공유하는 트렌드는 사람이 챗GPT를 놀이 수단으로 이용하게 된 상황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