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게 윤석열정부 성공의 분기점이라고들 하는데, 정작 뾰족한 해법을 내놓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데 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가 바로 그 디테일을 채우는 일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김병민 전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0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저는 지난 총선 패배 이후에도 수도권의 민주당 텃밭 지역을 갈고 닦으며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유일한 후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의 지역구는 서울 광진갑으로 2012년 18대 총선 이후 세 번의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한 대표적인 야당 우세 지역이다.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당선될 때까지 윤 대통령의 대변인을 지냈던 김 후보는 “차기 지도부는 윤 정부와 안정적인 관계를 맺으며 한 호흡을 맞춰야 한다”며 “당과 정부, 대통령실 간 ‘소통의 핫라인’ 역할을 하는 게 제게 주어진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김병민이 최고위원이 돼야 하나.
“지난 총선 패배 이후에도 수도권의 민주당 텃밭 지역을 갈고 닦고 있는 유일한 후보다. 윤석열정부 성공을 위해선 총선 압승이 필요하고, 제 지역구인 서울 광진 같은 민주당 텃밭에서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입당하기 전부터 정권교체를 완수하는 날까지 윤 대통령의 대변인이었다. 안정적인 당정관계는 기본이고 수도권 총선 승리까지 이끌 수 있는 40대 젊은 기수의 힘을 갖고 있다.”
―캠프명 ‘모두의 캠프’에 담긴 의미는.
“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당 경력 중 하나가 (‘김종인 비대위’ 때) 정강·정책 개정특위 위원장을 맡아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국민께 선보이고, 당의 가치가 담긴 강령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우리 당 강령의 서문 제목이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이다. ‘모두’에는 문재인정부가 지긋지긋하게 한 ‘편 가르기’를 통합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국민통합, 그리고 당내 통합이 윤 정부 성공의 제1과제라고 생각해 강령 제목을 차용한 ’모두의 캠프’로 이름을 지었다.”
―차기 지도부의 최우선 과제는.
“‘절대 안정’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해 당내 갈등이 촉발될 텐데,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첫 번째다. 지금도 전당대회가 정책과 비전 경쟁이 아니라 상대방을 끌어내리려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총선을 앞두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들에게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다. 윤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선 당이 탄탄한 안정감을 갖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우리 당이 국가가 나아가야 할 거시적인 방향성은 정확하게 설정하고 있지만, 민생 현장에는 감히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감이 있다. 정치권의 기본 역할은 생계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국민들에게 힘이 돼주는 것이다. 현장의 국민 목소리에 항상 눈높이 맞추는 당이 돼야 한다. 민생 현장의 어려움에 즉각 공감하기 위해 현장 최고위를 상설화하겠다.”
―현장 최고위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이 궁금하다.
“집권당 지도부가 민생 현장을 방문함으로써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정진석 비대위’에 몸담고 있던 지난해 서울 강남의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이 하교를 하다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사고 현장에 가서 학교 보안관님과 교장선생님께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여쭸다. 정치인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바로 제 지역구로 돌아와 서울 광진구청장에게 광진구에도 교통사고 위험성이 있는 스쿨존이 있는데, 당장 용역을 발주해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엊그제 추가경정예산안에 스쿨존 어린이 안전에 관한 용역 예산이 통과가 됐다. 이런 식으로 국회 본청에 머무르며 정쟁에만 몰두하는 집권당이 아니라 민생, 삶의 현장을 하나씩 챙기는 최고위가 되도록 노력하는 게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대선 기간 윤 대통령과 전국의 유세 현장을 돌며 고생을 많이 하셨다. 최근에도 윤 대통령과 소통하나.
“대통령을 이번 전당대회에 직접 소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공유하는 국정운영의 철학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맞다.”
―경쟁 상대인 허은아,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는 ‘반윤핵관’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데.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조어로 프레임을 만들었던 사람도 그들이고, 지금 와서 그 윤핵관을 퇴진시키겠다고 반윤핵관이라는 프레임 정치를 하는 사람도 그들이다. 프레임으로 편 가르기하는 정치는 민주당의 전매 특허인데, ‘민주당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우려를 많은 당원들이 하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로 당내 민주주의가 건강해질 수 있지만, 성공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기본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모습들이 보여 당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정부에 민심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준석계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도 많은 것 같다.
“당이 민심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반드시 해야 한다. 다만, 민주당이 우리 당을 공격하는 방식에 발맞춰서하는 게 아니라, 물밑에서 여론을 전달하고 조율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1도 진행하지 않은 채 이 당과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바깥에서 스피커를 높인다면 정부 성공에 대한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고위원이 된다면 추진하고 싶은 당 혁신 과제는.
“디지털 정당 민주주의를 통해 당원 참여를 극대화하겠다. 당원들이 국정운영과 정당 활동 방향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들을 쏟아낼 수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게 당이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혁신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당원들이 지도부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인 참여도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정비하고 싶다.
또 청년 정치학교를 제도화, 상설화 해 우리 당의 정치 자산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번 청년 최고위원 경선에 꽤 많은 청년들이 참여했다. 우리 당의 청년 정치인들은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 사람들이 자신의 역량을 당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비단 청년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이 당을 구성하는 많은 당원들에게 적극적인 참여의 장을 열어주고 싶다. 제가 지방의원(서초구의원) 출신이다 보니 지방의원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지방의원은 당의 근간인 분들이다. 중앙당 차원에서 지방의정지원센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지방의원의 우수한 활동 내용을 평가해 공유하고, 포상도 하면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기 당대표는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하나.
“집권당의 대표이기 때문에 안정이 제1의 요건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안정감으로 당내 갈등을 중재하고 조율할 수 있는 품이 넓은 정치력이 취우선 조건이다.”
―최근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일정이 많이 겹치던데 우연인가.
“김 후보와 저는 두 번의 인연이 있다. 첫째는, 2021년 비대위원이었을 때 김 후보가 원내대표여서 지도부에 같이 몸 담았다. 당시에도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두고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김 후보가 당대표 권한대행 역할을 하면서 사심 없이 일하는 모습을 봤다.
둘째는, 제가 대선 기간 윤 대통령의 대변인이었을 때 원내대표로 계시면서 당 위기 상황에서 본인을 내세우지 않고 (갈등을) 조율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저와 김 후보는 윤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안정을 바탕으로 단계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
일정은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한 선거라 당원을 만나는 꼭 필요한 행사들을 다니다보니 김 후보와 겹치는 게 아닌가 싶다.”
―지도부가 친윤 일색으로만 채워질 경우 당에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진다는 우려도 있는데.
“특정 후보들이 친윤이라는 그룹으로 묶여 있지만 관심사, 경쟁력, 전문성들이 각자 다르다. 지금은 ‘정부와 함께하느냐, 정부를 견제하느냐’의 이분법적인 구도로 선거를 치르고 있지만, 지도부가 구성되면 국민의 목소리를 누가 얼만큼 적극적으로 대변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모습 속에서 훨씬 더 적극적인 경쟁이 지도부 내에서 다채롭게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