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충격으로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실제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많다는 의미로, 전 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난방비와 이자 지출이 역대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고물가는 저소득층에 더 큰 악영향을 끼쳤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비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35만원 적자로 살림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4.1%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근로소득이 312만1000원으로 7.9% 늘었고, 사업소득은 101만8000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보였다. 사업소득이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은 인건비와 원자재값 상승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소득은 2021년 지급됐던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이 사라진 영향으로 5.3% 감소했다.
교통비 지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었는데, 이 가운데 자동차 기름값 등이 포함된 운송기구 연료비가 9.1% 증가했다. 항공요금을 포함한 기타운송비 지출은 56.5% 급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부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오락·문화(20.0%), 음식·숙박(14.6%), 교육(14.3%)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비소비지출도 크게 늘었다. 세금이나 이자 비용을 뜻하는 비소비지출은 92만8000원으로 8.1% 증가했다. 이는 4분기 기준으로 2019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 증가다. 이자비용 지출만 놓고 보면 28.9% 급증하며, 2006년 이래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이자비용 증가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분석된다. 금액으로 보면 주택담보대출에서, 증가율로 보면 기타 신용대출에서 각각 지출폭이 컸다.
4분기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뺀 실제 처분가능소득은 390만5000원으로 3.2%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120만9000원)은 전년동기 대비 2.3% 줄어 2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도 소비지출이 그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이다. 가계 흑자율도 30.9%로 1.7%포인트 하락했다. 저소득층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했다. 1분위의 가계수지는 35만원 적자를 기록, 전 분위 통틀어 유일한 마이너스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