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승리의 기운’ 느껴진다”…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돈 요구

‘공여자’ 사업가 박모씨 공소장 보니
불법 정치자금 3억3000만원 건네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서 낙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선거운동 마지막 날 “승리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사업가 박모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23일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박씨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 전날인 2020년 4월14일 박씨에게 “선거운동 마지막 날이고 승리의 기운이 느껴지니 5000만원을 보내 달라”고 해 3500만원을 받아 냈다. 이씨는 당시 서울 서초갑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뉴스1

박씨는 2020년 2∼4월 이씨에게 9차례에 걸쳐 불법 정치자금 총 3억3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달 5일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운동 기간 동안 선거비용 등 명목으로 이씨에게 1억3000만원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선거운동 기간 전엔 나머지 2억원을 건넸다.

 

박씨는 그 대가로 이씨에게 각종 사업 관련 청탁을 했다. 2019년 11월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중소기업 창업 투자사 A사 인수를 추진하다 지인에게 이씨를 소개받고, “감사 B씨가 인수를 반대하지 않도록 잘 얘기해 달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이씨는 B씨와 친분이 있었다.

 

별다른 수입원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에서 선거에 나갈 계획이었던 이씨는 박씨가 A사를 인수할 정도의 자금 동원력이 있다고 봤다.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박씨 공소장엔 이씨가 민주당, 문재인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친분, 인맥을 과시한 정황이 담겼다. 이씨는 “A사 운용 자금은 중소벤처기업부 자금이라 박영선 장관을 움직여야 하는데, 박 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한 관계”이며 “유력 정치인 송영길 의원의 측근이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친하다”면서 “좀 많이 도와주면 나중에 잊지 않겠다”고 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달 이씨 재판 과정에서도 밝혀졌다. 박 전 장관 등은 이씨에게 청탁을 받은 적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