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입암마을은 독립운동가 8명을 배출해 ‘독립운동가 마을’로 알려졌지만 정부의 공공주택에 밀려 사라지게 됐다.
제104주년 3·1절을 맞아 정부는 국가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하고 국가유공자를 최고로 예우하겠다고 밝혔지만 독립운동가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마을은 흔적도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게 됐다.
입암마을에는 가산 이우락(1875∼1951), 문암 손후익, 학암 이관술(1902∼1950) 등 8명의 독립운동가가 살았다. 이우락 선생은 입암 윗마을 주민이었다. 그는 1919년 파리 만국평화회의에서 일제의 주권 찬탈을 폭로하고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파리장서’에 서명했다가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입암리 일원 183만4000㎡가 지난달 25일 국토교통부 공공택지지구로 공식 지정돼 마을이 없어지게 됐다. 이곳엔 1만5000여가구가 새로 들어선다. 2025년에 착공해 2030년 준공할 계획이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자랑인 독립운동가들의 집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면 그들을 기리는 마음도 옅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입암마을 이장 이상걸(66)씨는 “우리 마을에서 독립유공자가 4명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기념비나 현판조차 없다”며 “독립운동가를 기억할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백범 김구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용산구 효창공원을 2024년까지 애국선열 추모공간인 ‘효창독립 100년 공원’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 경제성을 이유로 발목이 잡혀 있다. 100년 공원 조성 사업은 총면적 12만2245㎡ 규모인 효창공원을 독립운동 기념공간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재정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 8월 국가보훈처가 독립공원화 계획을 먼저 밝혔고, 2019년 4월 서울시가 이와 연계한 100년 공원 조성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서울시와 보훈처 등이 함께 ‘효창독립 100년 포럼’을 구성해 기본계획을 수립했고 2020년 3월부터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았지만 지난해 12월 낮은 경제성 때문에 ‘미통과’로 결론 났다. 시민들은 “선조들의 독립을 향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경제성이라는 암초 때문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