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韓·日은 안보·경제협력 파트너”, 기시다도 호응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취임 후 가진 첫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합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협력해 세계 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한다”고 했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열들을 반드시 기억하고 우리 역사의 불행한 과거를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국민에겐 다시는 힘이 없어 외세에 국권을 침탈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를 털어내고 미래를 열어가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한·미·일 군사훈련을 펼치는 것은 굴종외교”라며 ‘우물 안 개구리’식의 비판을 한 것과 대비된다.

 

최악으로 치달은 그간의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바람직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진 위안부 합의에 “흠결이 발견됐다”며 파기선언을 한 게 시발점이었다. 이를 계기로 문 정권은 연일 죽창가를 불러댔고, 일본에선 혐한시위가 벌어졌다. 일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9년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고 우리 정부는 사실상 한·일군사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선언을 했다. 북핵 위기가 고조돼 한·일과 한·미·일 3각 공조 필요성이 커지면서 한·일관계 개선의 단초가 마련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한·일관계 복원은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고선 이뤄질 수 없다. 양국 앞에는 강제동원 배상 문제가 걸려 있다. 고위급까지 격상돼 협상 중이지만 제3자 변제 해법을 놓고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어떤 형태로든 돈을 내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어 제자리걸음이다. 일본 정부가 가해 기업을 설득하는 전향적 자세를 취하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한·일관계 개선은 양국이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지난한 과제다. 과거에 갇혀 미래의 공동 이익을 놓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정책변화 신호를 보여왔다. 피해자가 손을 내민 만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권이 호응해야 할 때다.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결코 이번의 호기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