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A씨는 매달 아이들 학원비로 152만원을 지출한다. 중학생인 첫째에게만 영어 38만원, 수학 36만원, 국어 20만원 총 94만원이 들어가고, 초등학생인 둘째도 영어·수학(45만원)과 태권도(13만원) 학원에 58만원을 쓴다. 최근에는 둘째의 논술학원을 추가할지 고민 중이다. A씨는 “둘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유행일 때 원격수업을 오래 했는데 옆에서 못 봐주다 보니 수업을 제대로 못 따라갔다. 독해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 고민”이라며 “내년에 둘째도 중학교에 가면 매달 학원비로 50만원은 더 들어갈 것 같다. 남들보다 많이 시키는 것도 아닌데 점점 학원비가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가계 소비지출 중 초·중·고교생 자녀의 학원비로 지출한 돈이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학력 저하에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이 늘면서 사교육이 더욱 활성화된 분위기다.
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미혼 자녀가 있는 부부 가구의 ‘학생학원교육’ 지출은 월평균 36만3641원으로 전년(30만7426원)보다 18.3%(5만6215원) 늘었다. 학생학원교육 지출은 학생이 정규교육과정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선행학습을 하는 데 쓴 돈을 의미한다.
지난해 학생학원교육 지출은 통계작성 대상이 ‘1인 이상 비(非)농림어가’에서 ‘농림어가 포함’으로 개편된 2019년(30만2156원) 이후 최고 금액이다. 통계 개편 이전과는 조사대상이 달라 직접 비교가 어렵지만, 교육부 조사에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이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학생학원교육 지출도 역대 최고치일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가 통계청과 공동 실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사교육비 지출은 23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1% 급등하며 금액과 증가율 모두 사상 최고치였다. 지난해 조사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지난해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가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학원수업이 정상화되고, 물가가 상승한 영향도 있지만 사교육 수요 자체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비대면 수업으로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에 불안감을 느낀 이들이 학원을 더 많이 찾게됐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을 키우는 B씨는 “맞벌이가정에선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홀로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학습 습관도 안 만들어졌다는 걱정이 크다”며 “더 뒤처져선 안 된다는 생각에 학원을 더 보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C씨는 “주변에 학원을 안 보내는 집은 없다. 보통 한 달에 초등학생은 최소 50만원, 중학생은 100만원, 고등학생은 150만원이 든다고 보면 된다. 이것도 정말 기본적인 것만 보내는 것”이라며 “자녀 교육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집은 ‘나이 뒤에 0을 붙이면 학원비가 나온다’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 달에 학원비로 8살이면 80만원, 10살이면 100만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는 “초등학생도 영어·수학에 예체능 한두개만 더 보내도 금방 70만∼80만원이 훅 넘는다”며 “요즘은 아이 한명만 키우는 집이 많으니 한명에게 아낌없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